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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오태원, 빛의 섬광이 붓으로 흐른다

프랑스 유학시절 불꽃축제서 본 환영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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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5호 왕진오⁄ 2013.05.12 14:33:04

어렸을 적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주 오래된 잔상들의 이미지는 성인이 된 이후 가물가물 거리거나 흐릿한 형상으로 보일 듯 말듯하게 눈가에 맴돈다. 누구나가 지니고 있는 '기억', 자신만의 독특한 자전적 기억 한 부분에 담겨있는 기억의 잔상들을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가 오태원(39)은 빛의 섬광을 화면과 공간에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붓의 느낌으로 그려내고 있다. 오 작가가 빛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옮긴 계기는 프랑스 유학시절에 불꽃축제를 보게 되면서라고 한다. 현기증으로 눈을 감고 불꽃축제가 한창인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당시를 떠올린다. "어렸을 적 봤던 화면들처럼 무수히 많은 영상들이 크고 작은 점들과 동그라미로 심하게 아른거림을 경험했습니다. 그 순간 뇌의 저 뒤편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무수한 영상들과 덩어리 진 이미지들이 아른거리며 지나가는 장면을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던 어릴 적 꿈속에서 제 모습이 떠오르게 됐죠."

유년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주 오래된 잔상들이지만, 무언가 분명하지 않은 영상들이 끝없는 터널처럼 느껴지고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어딘가로 떨어져버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불시에 떠오르는 작가의 자전적 기억의 잔상들은 이유 없는 불안과 두려운 감정을 빠르게 수반한다. 오 작가는 모든 아른거리는 이미지가 본인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이미지인건지, 반수면 중에 움직이면서 스쳐갔던 순간적인 빛들의 잔상을 기억하는건지, 환각처럼 느끼는 순간을 체험하게 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무의식의 행위로 볼 수 있는 작가의 작업과정은 미리 준비하고 무언가를 그리겠다는 설계 후의 계획적인 진행보다는 작업도중 머릿속에 무작위로 생겨나는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업의 내용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내용이 어떻게 표출된 것인지를 알아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 작가의 무작위적인 이미지들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그 어떠한 부분일 수 있다. 불안한 심리 역시 무의식의 세계와 연관되어 불현듯 떠오르는 자전적 기억들도 무의식적으로 각인된 것으로 봐야한다. 몽상은 명상보다 앞서 진행되는 현상이라고 보는 G.바슐라르는 "인간은 명상하기 전에 이미 꿈을 꾼다. 의식된 광경이기에 앞서 모든 풍경은 하나의 '꿈의 경험'을 일으킨다"고 했다. 이는 몽상이 인간의 상상력이 활발하게 발휘되는 근본적인 무대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의 반수면 상태에서의 잔상과 환영의 경험 그리고 관련된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작품에 드러나는 것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더 잘 표출됨을 보여준다. 무의식중에 작가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잔상과 그로 인해 진행된 환영은 의식적으로 인식한 인상과 경험보다 먼저 반응을 보이는 본능과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개되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불현 듯 떠오르는 무작위적인 시각체험으로 형성된 것들로 시각에 의한 외부세계로부터 그 대상을 구성해 이미지화 한 것들이다. 이로 인해 내면의 세계는 이미지 표현으로 비로소 드러나게 된다. 작품들에서 보이는 에너지들은 작가의 유년시절에 각인된 빛들의 이미지들을 닮아 있다. 각각의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는 선들은 원초적 에너지의 형상을 이루지만, 결국은 본인을 힘들게 했던 반수면 상태의 꿈속에서의 이미지들이다.

원초적 에너지 소재, 가상공간에 빛의 에너지 표현 이 빛들의 이미지는 무작위로 쏟아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어느 순간엔 숨쉬기 힘들만큼 죄여오기도 하며, 무수한 양으로 거침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키기도 한다. 눈을 감은 상태에서 보이는 빛들의 섬광 이미지들을 오태원 작가가 5월 31일부터 6월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스페이스 선+에서 세상에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반수면 상태의 눈을 감은 상태에서 보이는 빛들의 섬광 이미지들을 물의 유동적인 형태로 표현한 것들이다. 물은 바다를 연상시키고 바다는 무한함을 상징한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물의 형태는 자전적 기억의 부분을 상징하며, 덩어리들이 공중에 떠있거나, 흘러내리는 형상, 물이 떨어지는 형상, 찌그러지거나 퍼지며 만들어지는 유동적인 형상 등의 원초적 형태를 지닌다. 물은 늘 더 낮은 쪽으로 흐르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고, 빈 공간에서는 딱 맞는 퍼즐처럼 유동하고 운동하여 공간을 채운다. 이러한 물의 성질과 움직임은 리듬에 따라 이동하고 또한 상상의 물은 그에 따른 결을 나타낸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오 작가는 잠재된 인상을 통한 물에 대한 상상과 물의 에너지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표현되기를 의도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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