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본점 옥상에 조성된 트리니티가든의 엄청난 작품규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가 재벌가 비자금 통로 의혹을 받고 있는 서미갤러리와 거래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밝혀진 만큼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일반인은 물론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2007년 조성된 이곳에는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200억 원대 Le Cepe tmxlf(1963), 호안미로(1893∼1983)의 15억 짜리 personnage(1974), 헨리무어(1898∼1986)의 59억 짜리 Recling Figure:Arch Leg(1969∼70),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120억 원 짜리 Eye BencheⅢ(1996∼1997), 제프 쿤스의 380억 원 ‘세이크리드 하트’ 등이 설치돼 있다. 옥상 정원에 설치된 작품가를 모두 합치면 700억 원대로 고급전원주택 300채를 지을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14∼18층을 세울 수 있고,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2배 규모로 건축할 수 있다는 게 건축업계 의견이다.
여기에다 신세계 본점 곳곳에 설치된 작품까지 합치면 백화점은 수천 억 원대의 미술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신세계 측은 “트리니티가든은 고객제일과 고객만족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해 단순한 쇼핑공간만이 아니라 고객의 풍요로운 문화적 삶에 기여하는 패션과 생활,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 생활문화를 지향한 결과” 라며 “문화적 시각에서 조성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아트마케팅 차원에서 수백억 원대 작품을 구입하고 전시하기보다 문화투자로 자산을 활용한다는 의견도 많다. 2007년까지 신세계그룹은 자체 화랑인 신세계갤러리와 서울옥션 등을 통해 350억 원 상당의 미술작품을 수집한 것으로 미술계는 파악하고 있다. 더욱이 2011년 아트마케팅을 펼친다며 380억 원대의 제프 쿤스의 스테인리스 조각 ‘세이크리드 하트’를 서미갤러리에서 구입을 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서미갤러리는 제프 쿤스의 아시아 최초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저축은행 사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신세계는 명성이 높은 고가 작품의 경우, 앞 다퉈 소장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들만의 이유가 무엇인지 추론이 가능한 부문이다.
“고객만족 넘어 문화적 가치 향상에 기여” 미술품은 일반 투자에 비해 20년 정도 소장 기간이 경과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기업 이미지 제고도 한 몫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도 살리고 평판도 높이는 쌍끌이 효과인 셈이다. 그러나 외국 유명 작품에만 집중해 결국 국내 미술의 위상이 추락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대기업 부설 미술관 소장품을 보면 이런 현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신세계는 전통과 현대의 미학이 조화를 이룬 쇼핑공간을 넘어 휴식과 감동을 제공하는 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백화점 곳곳 조형물들은 대부분 해외 유명거장의 작품이다. 충성 고객을 위한 고급문화 집중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읽을 수 있다. 미술문화는 대중과 한발 가까이 다가갈수록 위상이 높아진다. 일부 부유층과 재벌 안방 마나님들이 독차지 하던 갤러리도 최근들어 일반에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신세계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