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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을 만나다 - 이은주 더페이지 갤러리 큐레이터]“미술이 곧 삶”

큐레이터는 쉴 때나 걸을 때, 심지어 잘 때도 미술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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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4호(창간) 김금영⁄ 2013.11.25 13:10:23

▲더페이지갤러리 전경.

한국에서 큐레이터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큐레이터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고급스럽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관리하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또한 큐레이터의 일이지만 단지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시를 기획하고, 자료를 만들고, 작품을 걸기 위해 못질도 마다하지 않고 해야 한다. 큐레이터의 고상하고 고급스런 이미지만 상상하고 일에 뛰어든다면 방황(?)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은주 더페이지 갤러리 큐레이터는 이 모든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정 하나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녀는 큐레이터로서 감당해야 하는 많은 일들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그것이 힘들기보다는 즐겁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 갤러리에서 일할 때는 관람객들에게 발송할 엽서에 우표를 붙이고, 자료를 만들고, 복사하고, 못질도 했어요. ‘큐레이터는 갤러리에 서서 아름답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글을 쓰는 직업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 분들에겐 힘들 수도 있죠. 그런데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되지만 또 그렇다고 큐레이터가 미친 듯이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에요. 어떤 일이든 안 힘들겠어요? 이 일에 대한 열정만 있으면 힘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은주 큐레이터가 현재 일하고 있는 더페이지 갤러리는 강남에 위치해 있다.

이전에는 디갤러리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청담동에 있었다. 독일 분점이었던 디갤러리 서울은 주로 독일 미술을 소개하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독자적인 갤러리로 거듭나 전 세계의 여러 작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청담동에 있을 땐 주로 전문 컬렉터들이 갤러리를 방문했고, 현재 강남에서는 외국인과 젊은 학생 등 다양한 관람객들이 갤러리를 찾아온다.

벽과 바닥 천장까지 화이트 색상으로 디자인돼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 더페이지 갤러리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열정적인 관람객들이 찾아오곤 한다. 어떤 날은 중국인 관광객과 한국인 관람객이 함께 갤러리에 들어와 작품을 보며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고,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찾아와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은주 큐레이터.

“열심히 전시를 감상하는 분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신나서 작품에 대해 설명해드리곤 해요. 그런데 ‘이 그림은 이렇게 보세요’ 하고 알려드리진 않아요. 그림을 보고 느끼는 감정에 정답은 없어요. 그걸 한 방향으로 강요해선 안 되죠. 다만 그림을 보다 보면 궁금한 점이 생길 수는 있어요. 그때 도움을 주는 게 큐레이터의 역할입니다. 처음부터 관람객을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위해 갤러리를 방문했을 때도 이은주 큐레이터는 전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인터뷰 도중에도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커서 미술 관련 일을 하고 싶다고 꿈을 키웠던 그녀는 큐레이터에 관한 책을 읽고 지레 겁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일에 도전해보자 마음을 먹게 된 데는 미술이 가진 매력의 힘이 크다. 큐레이터는 처음부터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어렸을 때 미술 시간에 신나게 그림을 그리던 아이들은 점점 어른이 되면서 미술을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소위 ‘가진 자들의 문화’라는 인식에 멀리 하기도 한다. 갤러리 문턱은 왜 그리 높아 보이는지, 주춤거리며 “들어가도 돼요?” 하고 묻는 관람객들도 많다. 하지만 이은주 큐레이터는 “미술이 바로 삶이다”라고 강조했다.

 “결코 어렵지 않아요.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미술이에요. 물을 마시는 컵도 예쁘고 편하게 디자인됐고, 음식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들어지듯 모든 삶 속에는 미술이 녹아 들어가 있어요.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 아름다움을 쫓아가다보면 바로 주위에서 미술을 발견할 수 있어요.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에요. 그래서 미술은 정말 매력적이죠.” 또 그녀가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건 작품을 볼 때 느끼는 희열감 때문이다.

작가들이 만드는 창조적인 첫 작품을 큐레이터로서 가장 처음 볼 수 있는 것. 그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전시를 기획하고 자료를 만드는 일의 연속인 것 같지만 그 안에선 계속해서 새로운 작가들이 나타나고, 새로운 작품들을 창조해낸다. 그래서 일이 지루하지 않고 늘 새로울 수밖에 없다.

‘다음엔 어떤 작가, 작품이 나올까’ 하는 궁금증이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한다. 미술계에 발을 들인지 벌써 6년, 미래엔 갤러리를 운영하기를 꿈꾸지 않을까. 예상 외로 이은주 큐레이터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으면 내일도 행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녀는 “가장 중요한 건 현재이다. 지금을 열심히 살겠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좋은 전시를 계속해서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저희 갤러리 대표(성지은)께서 큐레이터는 밥을 먹을 때나, 쉴 때나, 길을 걸을 때나, 심지어는 자는 순간까지도 항상 머리를 회전해야 한다고 했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삶에 미술을 녹이면 어렵지 않고 오히려 행복해요. 단순히 일로 느끼면 짜증날 수도 있어요(웃음). 큐레이터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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