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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꿈의 대화, 꿈의 회화, 관람객에겐 안복(眼福)

국립중앙박물관, 한중일 명품 산수화 109점 한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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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1호 왕진오 기자⁄ 2014.08.14 08:54:54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사진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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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왕진오 기자) 누구나 머물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에 대한 꿈을 꾼다. 우리는 그곳을 이상향이라 부르지만 이러한 이상향은 물론 상상의 산물이지만 현실에 대한 인식과 비판에서 출발한 보다 나은 삶에 대한 희망이다.

이상향은 코케인(Cockayne)이나 아르카디아(Arcadia), 천년왕국(Millennium), 유토피아(Utopia)로 불린다. 

코케인은 어떠한 수고나 노동을 안 해도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는 쾌락의 세계다. 아르카디아 역시 풍요의 세계이나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하는 곳으로 황금시대와 파라다이스의 신화가 포함된다.

천년왕국은 역사의 종말이 오기 전, 의롭고 착한 사람들로만 구성된 크리스트교의 지상낙원이고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을 뜻한다.

중국 및 한국에서는 다양한 이상향을 유형에 따라 신화적 공간인 산해경형(山海經型), 도교적 낙원 관에서 유래한 삼신산형(三神山型)과 무릉도원, 성군이 다스리는 유교적 공동체인 대동 사회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상향을 시각화한 회화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다채로운 양상으로 제작됐다.

가장 오랫동안 널리 애호되었던 회화 주제인 ‘이상향(理想鄕)을 그린 한·중·일 정통 산수화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전시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이 7월 29일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영나)에서 막을 올렸다.

▲국립중앙박물관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전에 공개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소장’유신완조입천태산도’. 사진 = 왕진오 기자


전시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문(李寅文)의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를 비롯해, 삼성미술관 리움,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중국 상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서 소장한 명품 산수화 총 109점이 관람객들에게 안복(眼福)을 가져다준다.

정선(鄭敾)과 김홍도(金弘道)·이인문(李寅文)·안중식(安中植)·장욱진(張旭鎭)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이번 특별전에는, 특히 18세기 조선 화단에서 쌍벽을 이룬 이인문과 김홍도의 대작 산수도가 모처럼 대중에게 공개된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와 김홍도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에서 조선시대 문인들이 꿈꾸었던 이상적인 나라와 개인의 삶의 모습이 아름다운 산수로써 구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무려 8미터 50센티에 달하는 ‘강산무진도’의 전 장면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으며, ‘삼공불환도’ 역시 대작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도록 전시했다.

전체 전시 작품 중 42점은 국내에 처음 전시되는 중국과 일본의 명작들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중국 상해박물관 소장의 문징명(文徵明)과 동기창(董其昌) 등 대표적인 중국 산수화 대가의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시인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그린 ‘귀거래도(歸去來圖)’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중국 회화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명품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에서 온 ‘봉래선경도(蓬萊仙境圖)’와 ‘무릉도원도(武陵桃源圖)’는 일본의 마지막 문인으로 불리는 도미오카 뎃사이(富岡鐵齋)의 대작이다. 여름의 더위를 잊을 정도로 시원한 대폭의 화면이 시선을 끈다.

▲김홍도의 삼공불환도(三公不煥圖)를 권혜은 학예연구사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왕진오 기자


일본의 마지막 문인, 도미오카 뎃사이 작품 공개

특별전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에서는 이처럼 멀리 7세기 백제(百濟) 산수문전(山水文塼)부터 1980년대 장욱진이 각박한 도시를 벗어나 쉴 수 있는 편안한 풍경으로서의 산수를 해석한 ‘풍경’을 전시를 통해서 처음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상향을 조성하고 시각화하는데 있어서 자연, 곧 ‘산수’가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전시를 관람하는 또 다른 재미이다.

‘산수’는 본래부터 있었던 자연스러운 대상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향성이 투사된 이상향을 구성하는 데 역동적으로 작용하고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요소이기도 했다.

9월 2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특별전은 문학사나 사상사 등의 분야에서 이상향을 다루던 종래의 방식에 더해 이상향에 대한 회화적 이미지를 찾아봄으로써 이상향에 대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하는 의미를 마련해준다.

현실과 이상에 대한 인식과 그 간극에 대한 답을 찾아 회화 작품으로 시각화 하는 방식을 좇으면서, 우리 역사 이상적인 삶과 사회에 대해 성찰해 보고 우리가 상상했던 것이 이 세상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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