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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일촉즉발 DMZ 접경, 예술혼 활짝 피었다

남북분단 비무장지대 의미 재조명한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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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94호 안창현 기자⁄ 2014.09.04 09:18:44

▲이옥경, ‘부서진 하늘’, 2014. 양지리 마을의 오래된 폐정미소에서 첼로 즉흥연주를 선보인다. 사진 = 안창현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비무장지대 DMZ는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국인 한반도의 군사분계선 주위에 무장이 허용되지 않는 일종의 군사적 완충 지대다. 하지만 ‘비무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촉즉발의 화약고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 디엠지(DMZ) 프로젝트’는 지난 2012년 예술가들이 강원도 철원 DMZ 접경지역의 안보관광코스를 중심으로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의미를 재조명하고자 시작된 예술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철원군은 전체 DMZ 면적 중 약 3분의 1을 포함하는 지역으로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이자 군사적 요충지였다. 1945년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된 이후 5년간 북한의 영토였다가 전쟁 이후 남한으로 편입된 수복지구이기도 하다.

이 접경지대에서 예술가들은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역설적 상황에 개입해 참된 비무장의 의미를 모색하고, DMZ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경계를 찾아 그 의미를 재조명하는 장을 마련했다.

▲알버트 삼레스, ‘평면 위의 무용수들 (DMZ)’, 2014. 작가는 8월 한 달간 철원 지역 리서치를 진행하고, 임시 농구코트장과 같은 조형물을 설치해 지역 주민들과 댄스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다. 사진 = 안창현 기자


올해로 세 번째 개최되는 이번 프로젝트는 8월 31일부터 9월 27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 1층의 프로젝트 스페이스와 강원도 철원군 DMZ 접경지역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안보관광코스를 따라 방문객의 시각으로 철원 DMZ 접경지역을 바라보던 관점을 확장해서 지역 마을과 시설을 프로젝트 장소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실제 삶과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고, 또한 비무장지대의 일상적인 삶 속에 한반도 분단 상황의 긴장이 어떻게 녹아 들어있는지도 엿볼 수 있다.

예술가들은 암묵적인 위험과 불안, 정치적인 긴장감이 맴도는 DMZ 접경지역에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분단 문제를 예술적 상상력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에는 작가들의 레지던시 스튜디오가 양지리 마을에 들어섰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백승우, 최재은, 정서영, 플로리안 헤커, 김주현, 구정아, 딘 큐 레, 이옥경, 마크 루이스, 잉고 니어만, 알버트 삼레스, 토마스 사라세노, 존 스코그,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 등 7개국에서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아리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는 장소 특정적인 작업을 해온 작가로 프로젝트마다 제작 팀원을 꾸려 연극적인 즉흥의 형태로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 달여 간 양지리 레지던시에 머물며 이 일대의 장소와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유연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형물 선치 작업을 진행했다. 양지리 마을의 기존 형태에 개입해서 거주민의 삶과 예술을 연결하려는 그의 시도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작가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왼쪽)과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4’의 협력 큐레이터 니콜라우스 히르쉬(가운데). 아드리안 비야 로하스와 그의 프로젝트 팀원은 철원 양지리 레지던스에 장기간 체류하며 장소와 유연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형물 설치작업을 진행한다. 사진 = 안창현 기자


남북대치 경계지역에서 주목받는 작품

김주현 작가는 동물의 집짓기에 대한 개념적인 접근을 통해 양지리 마을 안에 실험적인 건축물인 ‘굴집’을 설치했다. 독일 작가 플로리안 헤커는 마을의 주민 대피소에 전자음과 합성음을 이용한 실험적인 사운드 작업을 설치하고(‘재구성’), 스웨덴 농가를 핵 벙커로 개조하는 장면을 기록한 존 스코그의 영상작품 ‘보루(堡壘)’는 양지리 마을의 공공 창고에서 소개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철원평화전망대와 월정리역, DMZ평화문화광장, DMZ평화문화관과 같은 민통선(민간인통제선) 내 장소들을 포함할 뿐 아니라 민통선 밖에 있는 소이산 등에서 다양한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독일 출신의 건축가이자 기획자 니콜라우스 히르쉬가 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해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이는 국제적인 동시대 예술가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이들 작품에서 특징적인 것은 분단의 정치적인 상황과 일상생활 사이의 긴장을 다양한 형식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마크 루이스는 철원의 풍경을 관찰하듯 그려내고(‘철원에서의 관망’), 딘 큐 레는 서울과 철원의 DMZ 접경지역 어린이들에게 전쟁, 분단, 통일에 대해 질문하는 인터뷰 형식의 영상 작업(‘저 너머에 있는 것’)을 선보인다.

▲토마스 사라세노, ‘자유도(DOF, Degrees of Freedom)’, 2014. 제공 = 아트선재센터


또한 DMZ를 경계로 북한을 마주하고 있는 철원평화전망대에 ‘DOF(자유도)’라는 작품을 설치한 토마스 사라세노는 모든 방향으로 회전 가능한 망원경을 설치해 분단 현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과거 서울과 원산을 잇는 열차가 지나던 월정리역에 유엔군 병사의 목소리가 담긴 사운드와 ‘No Borders Exist in Nature’라는 문구가 적인 네온 작업(최재은, ‘자연에는 경계가 없다’)은 보이지 않는 역사의 흔적을 지금 여기에서 강하게 환기시킨다.

소리, 읽기, 녹음 등을 작업에 적극 활용한 사운드 작업들이 다수 선보인다는 점 또한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이는 남북 사이의 보이지 않는 경계를 재인식하는 방법으로서 작가들이 사운드를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서영 작가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과 홍철기, 첼리스트 이옥경과 함께 철원 DMZ 접경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건축물과 유적지를 방문해 그 장소의 소음과 현장에서 진행된 즉흥 연주를 녹음한 작품(‘낮잠’)을 선보였다.

올해는 DMZ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DMZ 피스프로젝트’와 연계해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이 DMZ를 주제로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강원도 철원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사운드 퍼포먼스, 클래식 공연, DMZ 컨퍼런스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역사, 정치, 경제, 생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이 기대된다.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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