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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한 해, 미술계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상업 갤러리 큐레이터가 현장에서 듣는 미술계의 핫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첫 번째는 손비처리다. 회계, 세무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이 단어는 올해 많은 미술매체와 미술 전문가들 입에 자주 올라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법인세법 시행령 중 기업 내 장식이나 환경미화 목적으로 한 미술품 구매 시 손비처리를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언론 매체와 전문가는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표출했다. 국내 미술품 거래의 80%가 개인 구매라는 조사에 따라 한도액이 더욱 증액되거나, 개인 소득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올 한해 갤러리 구매 기록을 봐도 기업보다 개인이 많았다. 갓 졸업한 신진작가의 작품 가격도 보통 호당 5만 원 선. 기업이 로비에 걸기 위해 100호 정도 크기의 작품 매입을 원해도 신진작가의 작품 외에 경력을 갖춘 작가의 작품을 사들이기란 쉽지 않다.
30대 중반부터 40대의 작품을 500만 원의 제한된 금액으로 구매하기 위해선 사무실 한쪽에 걸어 둘 수 있는 소품(1호~20호)을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크기가 예술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키워드는 단색화이다. 미술작품의 시각적인 고유성(보이는 것)보다 행위와 물질을 내세운 추상성이 60~70년대 한국 단색화의 큰 특징이다. 이러한 단색화가 요즈음 어려운 미술시장에서 재조명받고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시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 있는 큐레이터로서 앞선 미술경향이 재평가되고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기쁘다. 이와 같은 현상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경향으로 재조명될 수 있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 한 칼럼을 통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다시금 회자된다. “미술 전문가들이 예술성을 검증하고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면서도 가격보합세인 미술가의 작품은 보유하자. 왜? 실제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과소평가된 작품이니까. 예를 들면 요즘 국내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구상화에 치어 제 값을 받지 못한 비구상화가 이에 해당된다. 구매자의 취향과 유행이 바뀌면 값은 오르기 마련이니 인내심을 갖고 훗날을 기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