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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큐레이터 다이어리]2014년 미술계 키워드는 단색화와 갑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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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10호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2014.12.24 08:51:53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2014년 한 해, 미술계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상업 갤러리 큐레이터가 현장에서 듣는 미술계의 핫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첫 번째는 손비처리다. 회계, 세무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이 단어는 올해 많은 미술매체와 미술 전문가들 입에 자주 올라왔다.

정부는 지난해 6월 법인세법 시행령 중 기업 내 장식이나 환경미화 목적으로 한 미술품 구매 시 손비처리를 기존 3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해 언론 매체와 전문가는 제한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표출했다. 국내 미술품 거래의 80%가 개인 구매라는 조사에 따라 한도액이 더욱 증액되거나, 개인 소득공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올 한해 갤러리 구매 기록을 봐도 기업보다 개인이 많았다. 갓 졸업한 신진작가의 작품 가격도 보통 호당 5만 원 선. 기업이 로비에 걸기 위해 100호 정도 크기의 작품 매입을 원해도 신진작가의 작품 외에 경력을 갖춘 작가의 작품을 사들이기란 쉽지 않다.

30대 중반부터 40대의 작품을 500만 원의 제한된 금액으로 구매하기 위해선 사무실 한쪽에 걸어 둘 수 있는 소품(1호~20호)을 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크기가 예술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 번째 키워드는 단색화이다. 미술작품의 시각적인 고유성(보이는 것)보다 행위와 물질을 내세운 추상성이 60~70년대 한국 단색화의 큰 특징이다. 이러한 단색화가 요즈음 어려운 미술시장에서 재조명받고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시적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 있는 큐레이터로서 앞선 미술경향이 재평가되고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 기쁘다. 이와 같은 현상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경향으로 재조명될 수 있을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2007년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 관장이 한 칼럼을 통해 이야기했던 내용이 다시금 회자된다. “미술 전문가들이 예술성을 검증하고 시장에서 꾸준히 거래되면서도 가격보합세인 미술가의 작품은 보유하자. 왜? 실제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과소평가된 작품이니까. 예를 들면 요즘 국내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구상화에 치어 제 값을 받지 못한 비구상화가 이에 해당된다. 구매자의 취향과 유행이 바뀌면 값은 오르기 마련이니 인내심을 갖고 훗날을 기약하자.”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 외벽에 붙은 미술품양도세 반대 현수막. 사진 = 왕진오 기자


이명옥 관장이 7년 전 경매 가격을 주제로 쓴 내용이다. 미술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앞으로도 희망을 암시하고 있다.

세 번째로 양도세 시행 이후 미술 시장과 문화체육관광부의 ‘미술진흥’이다.

“2013년 1월 미술품 양도세가 시행되면서 6000만 원 이상 고가의 작품 거래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난 10월 한 매체는 전했다. 반면, 새 제도가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미술진흥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미술 시장의 투명성과 대중성을 목표로 2018년까지 미술시장을 6300억 원 규모로 확대해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계획에는 작가와 기획자의 보수제, 표준계약서 마련, 전국에 중저가 미술 장터의 개설 등 다양한 방안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미술진흥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미술을 시장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계획실행을 위해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정책들로 중저가 미술시장만 발전하는 불균형의 문제를 야기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볼 문제다. 

▲갤러리현대 정상화 작가 단색화 전시 전경. 사진 = 왕진오 기자


이 밖에 ‘갑을관계’에 관한 이야기도 떠들썩했다. 한 달 전쯤에 한 매체는 갤러리, 대형 비엔날레 전시, 작가 간의 갑을관계에 대해 보도했다.

작가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몇몇 갤러리는 작가의 전시기회를 담보로 무리한 요구를 하고 계약을 수정하는 등 불공정한 관계를 맺는다. 씁쓸한 내용들이다. 체계적인 갤러리 시스템과 작가 활동, 미술 비평이 현대적으로 보인 한해였지만 질적인 성장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구매를 위한 세제혜택 관련 발언들도 적지 않게 들렸다. 이제 곧 2015년이 시작된다. 새해에는 해묵은 것들이 조금씩 개선되고 발전되길 희망한다.

(CNB저널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 (정리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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