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뮤제에서 유용상 작가와 와인업체 콜라보레이션
▲1월 9일 진행된 전시 오프닝 현장에서 와인을 마시며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사진제공 = 위드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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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머릿속에 갤러리, 미술관의 풍경을 그려보자. 화이트 큐브 안의 고요한 적막 속 전시공간에 서서 조용히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이 대체로 많이 떠오르지 않을까. 이런 분위기가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있다. 괜히 격식을 차려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또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보고 싶은데 대개의 전시는 한 장르에 그쳐 아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갤러리에서 와인 한 잔 편안하게 마시며 다양한 장르가 합쳐진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본다면 어떨까?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 르뮤제 현장을 찾아봤다. 입구를 비롯해 1층과 2층 벽 여기저기에 그림이 걸려 있고, 천장엔 와인 잔을 이용한 작품도 설치된 공간에서 식사 및 와인을 즐길 수 있게 구성돼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유용상 작가가 벽면에 설치된 입체 작품에 와인을 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현재 진행 중인 ‘21세기 최후의 만찬’전은 르뮤제의 8번째 전시다. 와인 전문화가 유용상과 와인 잔 브랜드 ‘셰프앤소믈리에’가 함께 하는 콜라보레이션 전시로 눈길을 끈다. 원래 작가는 와인 잔에 담긴 와인의 모습들과 와인이 담긴 찰나의 순간들을 통해 현대인의 욕망과 만남, 사랑, 이별 등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림으로 주로 표현해왔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서는 셰프앤소믈리에가 제공한 와인 잔을 이용한 설치 작품까지 선보인다.
르뮤제 전시 기획을 맡고 있는 위드컬처 손수연 팀장은 “2015년 전시 트렌드는 콜라보레이션이다. 한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전시를 선보이고 싶어 처음엔 유용상 작가와 접촉했고, 이후 와인 업체 쪽에도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했다”며 “처음엔 와인 업체 측에서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와인을 주제로 하는 작가의 존재를 알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시 과정을 설명했다.
격식 깬 편안한 전시를 콘셉트로 구성.
전시와 관련된 와인 클래스도 함께 진행
전시에 참여한 유 작가는 와인 업체와의 작업에 대해 “재미있었다”며 “지난해 12월 초부터 콜라보레이션 전시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예술을 중요하게 생각해주는 점이 맞아 전시를 잘 꾸릴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21세기 최후의 만찬’전이 열리고 있는 복합문화공간 르뮤제 전경. 와인 업체가 제공한 와인 잔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이 천장에, 벽면엔 유용상 작가의 그림이 전시돼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번 전시는 와인 업체와 작가의 만남으로도 주목 받았지만 주 콘셉트는 편안함이다. 앞서 1월 9일 열린 전시 오프닝 현장에서 작가는 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와인과 와인 잔을 테마로 한 마술쇼, 와인 시음회가 진행됐다. 긴장을 풀고 와인을 마시며 편안하게 작품을 접하게 하려는 의도다.
“경직된 어깨를 풀고 관람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작가는 “이젠 미술관 바깥과 안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다. 한정된 장소에서, 한 분야만 고집하면 정형화된 틀에 갇힌다. 미술관에는 찾아오는 사람만 찾아온다. 바깥으로 나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작가의 작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결합된 공간. 사진 = 김금영 기자
전시회는 당초 계획됐던 2월에서 한 달 연장돼 3월까지 열린다. 전시 기간 동안 와인과 관련된 문화 강좌도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가 진행하는 소규모 도슨트 및 액션페인팅 교실, 와인을 넣어 만드는 수체 초콜릿 만들기 교실, 그리고 전문적인 소믈리에와 함께하는 와인 강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손 팀장은 “평소 예술작품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전시는 물론, 관련 도슨트 등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며 “부담스럽지 않은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