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이 사람 - 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버리고 비워야 새 기회 오죠”
인사동 떠나 옥인동서 재개관전 열며 새출발
▲심혜인 갤러리 룩스 대표.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1999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문을 연 갤러리 룩스는 ‘사진전문 갤러리’로 그 정체성을 알려왔다. 500여 회 넘게 전시를 열었고 권태균, 김창겸, 안창홍, 최봉림 등 많은 작가들이 갤러리를 거쳐 갔다. 그런데 멀쩡하게 잘 운영하던 갤러리가 대뜸 올해 새벽 벽두에 서울 옥인동으로 옮겨지고 현재 재개관전 ‘장면의 탄생’이 열리고 있다.
새 장소로 옮기면 또 처음부터 다시 갤러리를 알려야 하는 노력이 필요한데, 이 고생을 다시 자처한 이유가 궁금했다. 갤러리에서 만난 심혜인 대표는 “갤러리 이전은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인사동은 유동 인구도 많고 갤러리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죠. 하지만 관광지가 되면서 점점 분위기에 이질감을 느꼈어요. 전시의 성격이 점점 가벼워지고, 시간이 갈수록 전문적인 전시를 선보이기엔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아트사이드 갤러리와 진화랑 등이 있는 통의동 쪽을 알아봤지만 인연이 닿지 않았고 결국 옥인동 쪽에 자리를 틀게 됐다. 갤러리 밀집 구역이 아닌 데다 외진 주택가 골목 쪽이라 이질감을 느꼈는지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하지만 “배운 것이 많다”는 게 심 대표의 말이다.
“처음 왔을 때 이 공간은 2층 주택이었는데, 갤러리 공간을 꾸리기 위해 반 년 동안 허물고 다시 지었어요. 갤러리 운영만 하다가 직접 공간을 꾸려보니 정말 어려웠지만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요. 어떻게 공간 구성을 해야 작품들이 돋보일 수 있을지, 이전 인사동에서는 한 층만 있었는데 옥인동에서는 2층으로 늘어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이번 재개관전 때 각 층에 고르게 작품을 분배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갤러리 밀집 구역이 아닌 점이 오히려 새로운 관람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심 대표는 “미술을 좋아하는 관람객뿐 아니라 미술을 어렵게 여기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하는 친근한 갤러리를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사동에 있을 때 따라붙었던 ‘사진전문 갤러리’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갤러리 룩스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재개관전 ‘장면의 탄생’전. 사진 = 김금영 기자
“사진에 대한 제 애정은 여전히 똑같아요. 하지만 장르를 딱딱 구분 짓는 것은 지양하는 편입니다. 사진과 같은 그림도 있고, 그림 같은 사진 작품도 있죠. 현 시대에서 이건 사진이다, 이건 그림이라는 식으로 선을 그어버린 채로 장르를 구분해 전시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봐요. 옥인동에서는 장르 구분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전시를 열고 싶어 재개관전으로 ‘장면의 탄생’을 준비했습니다.”
박진영 작가가 기획한 ‘장면의 탄생’전은 익숙한 상황을 작가들이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형식을 담았다. 2월 21일까지 열리는 1부 전시엔 권오상, 김도균, 박승훈, 박진영, 백승우, 원성원, 윤정미, 이윤진 작가가 참여하고, 2월 25일~3월 24일 열리는 2부 전시엔 권오철, 김두하, 김용태, 김익현, 김진희, 김흥구, 윤승준, 차주용, 최중원, 홍진훤 작가가 사진 및 조각 작품 등을 다양하게 선보인다.
갤러리 밀집한 인사동 떠나 옥인동서 새둥지.
사진 갤러리 타이틀 벗고 다양한 전시 선보일 계획
다음 전시에 대해서도 이미 전체적인 구상을 짜놓았다. 2015년 계획을 묻자 4월에 회화전, 5~6월엔 신진작가 리뷰전, 단풍이 지는 가을 즈음엔 산과 관련된 회화전 등을 술술 풀어놓았다. 나가본 적 없는 해외 아트페어에도 올해엔 도전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획이 신진작가 공모전이다. 갤러리 룩스는 매년 신진작가 공모를 기획했는데 2013~2014년엔 장소 이전 문제로 진행하질 못했다. 옥인동으로 새롭게 장소를 옮긴 만큼 신진작가 공모 또한 새로운 심사방법을 도입해 시행하려 한다.
“포트폴리오로만 재능 있는 작가를 뽑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심사 제도를 새롭게 바꾸려고 고심하고 있죠. 장소를 옮겼어도 신진작가 공모전은 꾸준히 이어갈 거예요. 능력 있는 작가와의 새로운 만남은 늘 설레거든요. 저는 갤러리와 작가를 갑을관계로 생각하지 않아요. 갤러리가 권위적인 자세를 취해서도 안 되고, 작가 또한 일방적인 도움만 바라서는 힘들죠. 젊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작가들과 갤러리가 함께 커나가는 상생관계가 중요합니다. 그게 제가 갤러리를 차리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인사동으로부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전시가 아니라 ‘재개관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만큼 심 대표는 새 출발을 각오하고 있었다. 미술을 사랑하는 작가와 관람객들을 위한 친근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가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