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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아티스트 - 안진의]자연의 꽃이, 문명의 전구·컵 만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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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27호 왕진오 기자⁄ 2015.04.22 15:11:15

▲안진의 작가.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회화는 재현의 미디어다. 그간 꽃을 소재로 내면의 정서를 표현하고, 자아 간의 소통을 화폭에 담아온 안진의 작가는, 4월 23일∼5월 12일 서울 신사동 아트스페이스 남케이에서 진행하는 초대전에서는 전구와 컵을 미디어로 소통의 방식을 좀 더 구체화하고 보다 대중과 호흡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에게 꽃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차를 발견하면서, 그 간극의 외로움에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이다. 꽃의 시간은 육체가 아닌 영혼의 시간이며 영겁의 시간, 찰나의 향기를 고스란히 안는 시간이다. 

겹겹이 쌓인 꽃잎들은 결을 이룬다. 사랑, 행복, 연민, 포용, 거짓 혹은 진실, 믿음, 순수, 노여움, 질투, 매혹, 굳셈, 언약, 모두 꽃을 비유하는 다른 말이다. 그래서 꽃을 보면 우리의 시간을 읽을 수 있다. 너무 빠른 세상과 너무 늦은 나를 붙잡아 주는 꽃의 시간은 자아 간의 소통을 확장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91x61cm, 장지에 석채, 2015.

그런 꽃들이 전구와 만났다. 전구는 문명을 상징한다. 꽃과 빛이 하나의 공간에서 환상적인 풍경을 창출하며 각박한 세상과 아름다운 소통을 일군다.

일상을 열어주는 빛은 꽃의 자유로운 영혼을 통해 문명이 구원되는 즉 ‘포위된 현실을 뚫고 나가는 힘’을 부드럽고 황홀하게 열어준다.

안 작가는 컵은 또 하나의 소통의 미디어라고 강조한다. 전구에 이어 등장하는 일회용 커피 잔 하나 역시 문명이다. 이 역시 자연의 내밀하며 친밀한 감성과 만난다. 일상의 소소한 물건이지만 소통을 확장시켜주는 고마운 존재임을 느끼게 한다.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91 x 61cm, 장지에 석채, 2015.

컵에 담긴 ‘차 한 잔’의 의미는 배려와 따듯한 마음의 교류와 서로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확인하는 미디어이다. 작가는 꽃의 시간을 현실 속 문명의 오브제에 담아 다시 자연으로 회복시킨다.

안진의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 박사(색채 전공)를 취득했다.

지금까지 개인전 26회, 2011년 제5회 미술인의 날 미술인상-청년작가상, 2005년 11회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우수 작가상, 1994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1992년 중앙미술대전 특선을 수상했다. 작가의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성곡미술관, 포스코미술관, 중부국세청, 신촌연세병원, 법무법인 태평양, (주)크라운제과, 아랍에미리트 한국대사관, 대검찰청, 청와대 등에 소장돼 있다.


숨(呼吸)을 끌어안은 꽃의 풍경

미술평론가 박옥생

꽃은 역사와 신화와 상징을 내포한 미술의 중요한 주제이다. 자연을 대표한 미(美)의 함축적 의미이기도, 유한한 인간의 허무한 욕망을 드러내는 대상이기도 하다.

동양에서는 모란이나 연꽃이 인간과 자연이 합일되는 매개체로서의 강력한 종교적, 신화적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이렇듯, 꽃은 외부 자연이 인간 내면에서 변용되어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다시 예술로 승화되고 있다.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194 x 97cm, 장지에 석채, 2015.

안진의의 꽃은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여러 겹의 꽃잎이 겹겹이 둘러싸인 잎들은 춤을 추듯 자신의 고유한 얼굴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꽃에 주목한 작가의 꽃은 모란을 닮은 듯 풍성하고 고귀하다. 그리고 스스로 존재의 빛을 토해내는 듯 장엄하다.

작가는 꽃의 형상을 그리는 과정에서 주체로서의 작가와 타자로서의 꽃의 관계를 통해, 지적인 통찰, 사유의 성찰을 경험하고 있는 듯하다. 그의 꽃은 자신의 삶 속에 관계하는, 읽을수록 다른 의미들을 생성하는 시(詩)이며 수필(隨筆)이다. 그리고 요동치는 리듬의 음악이며 설레는 사랑이기도 하다.

작가가 최근 새롭게 보여주는 전구 시리즈는 전작(前作)에서 보여주었던 꽃의 군집에서 전구의 형상이 결합된 형태로 변모되고 있다. 꽃으로 가득한 풍경 속에 전구가 들어서거나, 발광하는 전구 속에 꽃이 빼곡히 들어차고 있다.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91 x 61cm, 장지에 석채, 2015.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 작가는 전구의 둥근 형상 속에서 남성과 여성을 대변하는 인간 삶의 한 부분을 보고 있다. 그리고 세상을 비추는 빛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에 견고하게 뿌리박고 있는 빛과 진리, 정체성과 같은 변하지 않는 오롯한 가치에 관한 존재론적인 성찰을 대면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생명을 경험하는 감성의 시간

작가에게 그리기의 시간은 생명 그 자체의 본질과 가치를 경험하는 감성의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안진의의 꽃은 고유한 자기 표정을 갖고 있다.

▲꽃의 시간, The Time of Flowers, 53 x 45cm, 장지에 석채, 혼합재료, 2015.

실재의 꽃도, 도상(圖象)으로서의 꽃도 아닌, 현상계를 초월한 극도의 고감각을 흩뿌리는 사유하는 정신으로의 꽃이다. 신화적이고 상징적인 풍요로운 꽃에서 종교적이고 고귀한 신성한 꽃으로, 다시 그 모든 것들을 뛰어넘는 예술로의 견고한 꽃이 탄생하고 있다.

꽃 속에서 삶을 보고 우주를 본다. 어쩌면 그가 그리는 꽃의 세계는 꽃의 옷을 입은 변화무쌍한 우주 가운데 하나로 빛나는 세계의 진리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꽃이 올려진 화면의 저 깊은 밑바닥에 태양과 같은 뜨거운 진실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꽃잎에는 빛을 뒤로 한 밝음의 흔적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진실의 언저리에는 골짜기 같은 어둠의 그림자들이 숨겨져 있다.

그 빛남과 어둠 속에서 우리는 숙성된 사유의 즐거움을 맛보게 된다. 작가가 보여주는 무한한 생명의 몸짓과 진리의 변주들이 향후 자못 기대가 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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