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人 - 크리스틴 아이 추]“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는 게 인간”
긍정적 자세를 작품으로
▲크리스틴 아이 추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 완벽함이 추구되는 시대다. 완벽한 학점을 받기 위해 도서관을 지키고, 완벽한 결혼식을 위해 식장과 드레스를 여기저기 비교한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크리스틴 아이 추 작가는 “꼭 완벽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완전한 것과는 거리가 먼, 영원히 완전해질 수 없는 존재이지만 더 나은 존재가 되려고 항상 노력하는 게 바로 인간”이라며 “그런 인간의 모습과 완전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다양한 측면을 20여 년의 시간동안 표현해 왔다”고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개했다.
강렬한 색채와 추상적 형태의 페인팅 작업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아온 인도네시아 작가 크리스틴 아이 추는 판화, 에칭, 유화, 아크릴, 캔버스,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인간성을 이야기해왔다.
▲전시장 4층에 설치된 영상 ‘레이어 시리즈’.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올해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들을 지원하는 ‘푸르덴셜 아이 어워드’에서 회화 부문 상을 받는 등 활발히 활동해온 그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6월 20일까지 열리는 ‘퍼펙트 임퍼펙션(Perfect Imperfection)’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제작한 신작을 포함, 20여 년 간 걸쳐 펼쳐 온 작업세계를 50여 점의 작품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크게 5가지 시리즈로 구성돼 있다. 2층 전시장의 주제는 ‘새벽이 오기 전 어둠이 가장 짙다’로, 밝음이 시작되기 전 큰 아픔을 겪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아래 작가가 작품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의 회화, 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현대사회에서 바쁘게 살아가면서 자신의 내면이 내는 진정한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이룰 수 없는 완벽만을 추구하며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다.
이룰 수 없는 ‘완벽’ 좇으며 아파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미 있어
3층에서는 ‘그리고 빛이 있었다’ 주제로 이어진다. 2층과는 달리 화사해진 전시장 분위기가 눈에 띈다. 아픔만을 겪던 인간이 따스한 빛을 만나 어떻게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환한 빛이 계속되지는 않는다. 3층에 함께 자리한 또 다른 방은 위화감을 주는 붉은 색 벽에 회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천사와 괴물’을 주제로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이 충돌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마냥 어둡거나 우울하지만도 않은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이어진다.
▲‘퍼스트 타입 오브 스테어즈(First Type of Stairs)’, 캔버스에 아크릴릭, 135 x 135cm, 2010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모두 공존해요. 마냥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죠. 항상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내면에서 선과 악이 사투를 벌이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지금의 모습보다 더 나아지고, 더 완전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4층은 ‘눈이 아닌 신념으로 보고 걸어가라’를 주제로, 완전함을 추구하기 위해 불필요한 행위까지 하는 인간의 모습을 꼬집었다. 작가는 “예를 들어 일상을 살기 위해 우리는 무언가를 늘 먹는다. 그런데 탐욕 때문에 불필요한 음식까지 억지로 먹다가 버리는 경우가 있다”며 “만족을 모르고 앞을 향해서만 달려가다가 불필요한 행위를 하게 되는 경우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치유 받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이어진다. 빨갛고 작은 조각들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 작품 ‘레이어 시리즈’는 자의든, 타의든 혼자서는 완벽하게 살아갈 수 없어 커뮤니티의 일원에 속해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함께 살아가면서 누군가는 마음을 다칠 수밖에 없는데, 결국 극복해야 하고 서로 조화를 이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짚는다. 마지막으로 ‘끝은 또 다른 시작’ 방에서는 자신의 목표와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유로워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애니멀제닉(Animalgenic) #01’, 캔버스에 아크릴릭-파스텔-연필, 80 x 100cm, 2004 © The Artist. All rights reserved.
“처음엔 자신의 내면에만 치중해 넓게, 멀리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나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애쓰면서 서서히 삶 전체를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더 나아지기 원하는 존재로서 종종 완전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 채 이를 추구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이는 완전함이 자신의 관점, 지식 그리고 경험에 제한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절망할 필요가 있을까요? 열심히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에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작가는 “연약함 속에서 강함을, 비통 안에서 기쁨을, 빈곤 안에서 부요함을,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그리고 불완전함에서 완전함을 찾아내는 과정이 바로 삶이고, 그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