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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김성오 작가] “제주 오름은 내 마음 속 낙원”

제주 토박이 작가, 서울 첫 전시서 제주 감성을 듬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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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0-431호 김금영 기자⁄ 2015.05.18 13:42:05

▲김성오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제주도에서 태어나 자란 한 소년은 테우리(목동)인 아버지와 360도로 펼쳐진 테우리막 지붕에 누워 밤하늘의 밝은 별을 바라보는 것이 마냥 좋았다. 귀를 간지럽히던 풀벌레 소리와 저 멀리 보이던 제주 밤바다의 푸른 물결은 어른이 돼서도 그의 기억 속 유토피아로 남아 있다. 제주도 토박이 김성오 작가가 서울 통인옥션 갤러리에서 5월 13~24일 ‘이어도 - 유토피아’전으로 이 기억을 풀어낸다.

실제의 이어도는 제주의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km에 위치한 수중 암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어도는 상상 속 유토피아다.

“화산재로 뒤덮인 제주도에서 밭을 일구며 살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늘 안식처를 꿈꿨는데, 그 대상이 이어도였어요. 평소엔 물에 잠겨 보기 힘든데 파도가 높게 치면 살짝 보이는 그 신비함이 홍길동전의 ‘율도국’ 같은 숨겨진 낙원이라는 상상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한 어부가 난파돼 이어도에 갔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어도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니 바깥세상은 많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고요.”

▲김성오, ‘테우리의 꿈’. 캔버스에 아크릴릭, 90.9 x 65.1cm, 2015.

작가에겐 이 이어도, 즉 자신만의 유토피아가 유년시절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오름이었다. 오름은 제주도 한라산 기슭 곳곳에 자리잡은 소형 화산체다. 아버지는 마을 공동목장에서 일정 비용을 받고 가축 돌보는 일을 했는데, 목장은 온통 오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가축을 돌보느라 오름에 머무르던 시간이 길던 아버지에게 간식과 옷가지를 배달해주는 게 아들의 몫이었다.

산에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해가 저물었고, 산 중턱 작은 움막에 누워 아버지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는 “물질적으로 가장 가난했던 시절이지만 내 인생에 가장 근심 없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웃으며 “아버지와 밤하늘을 바라보다 잠이 들고, 다음날 새벽에 캐온 말똥버섯을 넣고 보글보글 끓여먹던 찌개 냄새까지…. 오름을 그릴 때면 항상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테우리’였던 아버지와 밤하늘 바라보며
오순도순 이야기 나눴던 오름의 기억

작가의 그림 속 배경으로 항상 오름이 등장하는데, 이 오름에서 소와 말이 뛰노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유년시절 말 타고 소를 돌보는 테우리가 되기를 꿈꿨던 작가의 간절했던 꿈을 반영한다. 또 색깔이 눈에 띈다. 붉은색과 검은색을 자주 쓴다.

▲김성오, ‘이어도’. 캔버스에 아크릴릭, 90.9 x 65.1cm, 2015.

“붉은색과 검은색이 제주도의 속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주도의 오름은 화산폭발 이후 검게 그을렸고 붉게 달궈진 돌이 대부분을 이뤘죠. 유년시절 늘 올랐던 오름은 제게 제주를 상징하는 존재였어요. 그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색을 골라 그림을 그립니다.”

또 눈길을 끄는 건 가느다란 선들이다. 작가의 오름에는 수많은 선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바탕에 깔린 색을 칼끝으로 수십 번 긁어낸 결과물로, 아크릴 물감이 갖는 재료적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작가는 “아크릴 물감은 페인트와 비슷해서 유화처럼 깊은 맛을 내기 어렵다. 칠을 하고 물감이 마르면 건조하고 평면적인 느낌이 들고, 바탕에 깔린 밑색을 드러내기가 어렵다”며 “내 그림에서는 바탕에 깔리는 색상이 중요하기에 칼끝으로 긁어내며 밑색을 드러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성오, ‘탐라오름도’.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2 x 112.1cm, 2015.

“오름은 매끈한 평면이 아니에요. 수많은 지층이 존재하는데, 그 느낌을 생동감 있게 살리고 싶었어요. 사람의 몸속 수많은 실핏줄이 생명을 유지하듯 선을 통해 오름의 생명력을 드러내려 한 거죠. 또 제주가 바람으로 유명하잖아요? 오름을 타고 흐르는 그 바람결의 역동적인 느낌도 담고자 했습니다.”

일반적인 뾰족한 모습의 산이 아니라 화산 폭발로 생긴 분화구를 지닌 오름은 독자적인 느낌을 갖고 있다. 작가는 오름을 그리기 위해 요즘도 제주도의 각종 오름을 방문한다. 유명 관광지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오름을 찾아가는 것 또한 좋아한다. 오름을 스케치한 뒤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상상하며 캔버스에 자신의 유토피아를 펼친다.

“누구나 자신만의 유토피아가 존재하죠. 그림을 보고 아름다운 꿈을 떠올리며 조금이나마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네요. 제 유토피아인 오름은 제 생이 다할 때까지 버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형태가 변해 간단한 선으로 그려질 수도 있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오름을 그릴 거예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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