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작가 - 김성호]“욕망의 어둠 걷어내는 새벽”
▲‘새벽-포구’ 작품과 함께한 김성호 작가. 사진 = 왕진오 기자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어둠이 내리고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새벽 도시를 자신만의 화법으로 그려내는 작가 김성호(53)의 작업은 삶과 밀접한 풍경이 도드라진다.
초기 작업부터 그가 주목한 대상은 동트기 전 미명의 새벽이다. 그에게 새벽은 붓을 잡기 시작한 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화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에 고민하던 찰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새벽 2시경 흐트러진 도시의 밤 풍경이었다.
삶의 무게에 짓눌리던 도시인들이 술과 네온에 취한 채 각자의 안식처로 떠나는 모습에서 빛과 어둠을 통해 희망을 말하고, 사람들의 아픔과 고독을 어루만져주는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한다.
“깜깜한 어둠 속에 비추는 한 줄기 빛으로 이 시대의 무거운 어깨들을 말없이 위로해주는 그림으로 평가받는 작품.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는 그 새벽녘의 어스름한 여명 속에 삶의 아픔, 상처, 혹은 사랑까지 다 쏟아놓고 싶어졌죠.”
▲‘새벽-서울’, 캔버스에 오일, 116.8 x 72.7cm, 2015.
그의 작품은 단순하다. 야경을 하나의 생명체처럼 역동적인 모습으로 그려내기도 하고, 고요하지만 강한 콘트라스트로 항구의 배, 도심 속을 질주하는 버스를 소재로 그린다.
그만의 극적이고 시원한 화면 구성의 대작과, 버스-항구 시리즈 등 30여 점의 작품이 6월 17∼30일 ‘빛으로 그린 새벽’이란 타이틀로 6년 만에 서울 인사동 선화랑의 개인전에서 공개된다.
빛으로 그린 그림, 삶에 따듯한 위로를 건네다
김성호의 그림이 관람객의 눈길을 끄는 매력은 현대인의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는 청량감과 신비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 자연이나 도시 풍경이 주는 감동 이상의 감동을 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가 그려내는 도심의 새벽 풍광은 먼동이 터오는 찰나의 여명으로 아름다운 감동을 만끽하게 해준다.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 호흡하면서도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빛의 아름다운 순간을 드러낸다.
▲‘새벽-을지로’, 캔버스에 오일, 53 x 45.5cm, 2015.
이를 위해 작가는 자신만의 고밀도 재현과 내공이 살아나는 붓놀림, 대상의 본질을 압축해내는 중첩된 선묘와 속필 그리고 형체를 해체시키는 빛의 연출을 시도하며 자신의 회화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빛의 작용은 작가에게 대상 이상의 비중을 갖는 요소다. 작품 안에 어둠과 밝음의 경계인 미명, 가로등 같은 야간 조명, 버스 안에서 새어 나오는 빛, 콘트라스트 강한 역광 등 다양한 빛의 상황은 의미를 더한다. 작가는 수많은 스케치 작업과 수백 장의 사진을 통해 스스로 느끼고 경험한 감성과 감각을 개성적인 구도와 각도, 대범한 화면 처리를 통해 표현해낸다.
김성호 작가가 그려낸 밤은, 초기에는 혼합색으로 표현됐지만 2000년대 들어 점점 원색이 두드러진다. 드라마틱한 명도의 차이를 보이는 그림부터, 화려한 원색의 그림과 어슴푸레한 단색의 차분한 그림까지 다채롭다.
▲‘새벽-서울’, 캔버스에 오일, 91 x 65.1cm, 2015.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도심의 새벽 풍광은 먼동이 터오는 찰나의 여명으로 아름다운 감동을 만끽하게 만들어준다. 자연광과 인공광이 만나는 접점을 회화적인 기법과 요소들을 이용해 특정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주변을 과감하게 면으로 처리하면서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의 대비 등을 통해 도시의 느낌을 보다 긍정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김성호 작가는 자기 그림의 주제를 일상의 한가운데서 찾고 있다. 도시, 바다, 한적한 동네의 한 구석, 밤과 새벽, 낮과 밤이 조우하는 경계선 시간대의 빛 변화를 이야기한다.
어둠에 가려진 도시의 날 것 같은 현장, 전등 빛으로 휘황찬란한 밤거리, 소음과 공해와 무의식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영욕이 어둠 속에 묻히고, 불빛만 희뿌옇게 그 궤적을 남기는 적막함 속에 모습을 투영한다.
▲‘새벽-해운대’, 캔버스에 오일, 240 x 83cm, 2015.
그가 사고하고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도심의 형상은, 온갖 더러움과 타락을 머금고 비틀거리거나 잠들어 있다. 또 번잡하고 소란하고 들뜬 도시의 풍경을 덮어주는 새벽의 청량함이 있다.
“단색 작업 시작…아련한 느낌 전달 위해”
어둠이 걷히고 새벽녘에 맞이하는 도심의 모습은 지난밤 인공의 빛에 둘러 싸여 자신의 존재감조차 잃어버리고 방황한 우리의 눈을 다시금 뜨게 만든다.
여명의 빛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광은 늘 시작의 의미로, 그 시점의 감성은 내일을 위한 출발의 시점으로 다가온다. 작가 김성호가 그려내는 새벽의 아름다움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늘상 맞이하는 새벽에 대한 감동을 새롭게 부여하며, 삶의 여유를 찾아보는 시간으로 다가온다.
▲‘새벽-한강’, 캔버스에 오일, 162 x 97cm, 2015.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기존과는 달리 새롭게 단색 작업을 시도한다. 좀 더 아련하고 따듯한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작가는 말했다. 앞으로 이제껏 시도하지 않던 소재의 작품을 할 것이라고 예고한 대목이다.
작가 김성호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선화랑, 갤러리 원, 청화랑, 한기숙 갤러리, 청담 갤러리 등에서 초대 개인전 31회를 전개했다. 싱가포르 아트페어, 베이징 아트페어, KIAF, KCAF, 부산국제아트페어, MANIF, 서울아트페어 등 31회의 아트페어에 출품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포스코갤러리 등 그룹 기획전에 190여 회 출품을 한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법무연수원, 한국콜마, 크라운해제제과, 대검찰청, 현대중공업 등에 소장됐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