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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 ‘도시’전 2선] 메르스 재난 맞은 도시는 차가운가, 그래도 아직 따뜻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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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37호 김금영 기자⁄ 2015.07.02 09:00:08

▲강홍구, ‘황학동-1’. 디지털 포토 프린트, 100 x 260cm, 2004.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우리가 사는 도시는 재개발로 흥청대기도 하지만, 메르스 같은 재난 폭탄을 맞으면 재앙의 현장이 되기도 한다. 네온 불빛 요란한 가운데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있는가 하면(장원영 ‘이야기를 담은 풍경’전), 원전 폭발이라는 재난을 맞은 도시가 있고(박진영), 자본주의 욕망 위에 지어진 도시의 삭막한 이면을 바라보는 할머니(강홍구 ‘우리가 알던 도시’전)가 있다.

‘도시’를 다룬 다양한 전시들이 눈길을 끈다. 도시에 닥친 여러 외부적 환경, 그 도시에 지어진 여러 패턴들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반대로 그 삭막한 도시 속에서 발견한 따뜻함을 부각시키는 두 상반된 전시가 있다.

도시에 닥친 재개발-재난의 차가운 이면
‘우리가 알던 도시’전

일단 재난과 재개발이 몰아치는 도시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전시가 있다. 도시를 주제로 1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 온 사진작가 강홍구, 박진영이 ‘재개발’과 ‘재난’을 키워드로 오늘의 도시가 겪는 상실과 불안의 정서를 다룬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현대화의 대표적 상징인 도시의 화려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되는 개발과 재난 속 도시에서 매일 조금씩, 혹은 하루아침에 통째로 사라져버리는 존재들이다.

‘아르바이트’(2001), ‘서울, 간격의 사회’(2003), ‘도시소년’(2004) 등에서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도시와 개인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온 박진영은 재난이 불어 닥친 도시의 이면에 주목한다.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일본에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의 상황을 기록한 사진을 보여준다.

지진과 해일이라는 자연재해로 시작됐으나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정치적 파장, 그리고 정보의 차단으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도시는 재난을 맞이하기 이전과 전혀 다른 공간으로 변한다. 방사능이 유입되면서 공포와 불안의 상징이 된 바다, 오후 2시의 텅 빈 거리, 화재로 불타버린 학교 교실에 남겨진 물건 등의 사진으로 현재도 복잡한 재난을 겪는 도시의 다양한 단면을 보여준다.

▲박진영, ‘움직이는 핵(Moving Nuclear) #S’. C-프린트, 43 x 64cm, 2013.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거지의 풍경 변화를 다뤄온 강홍구는 1990년대부터 스캐너,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이미지의 가벼움과 허구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합성 사진을 만들었다. 2000년대 초부터 이를 ‘도시 재개발 풍경’ 주제와 결합시켜, 사진의 기록성과 디지털 이미지의 허위성을 조합한 독자적 스타일을 구축했다.

재개발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현실과 허구, 비판과 유희, 진지함과 가벼움 사이를 넘나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허름한 건축물 위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가 하면, 재개발을 명목으로 땅을 무차별하게 파헤치는 포크레인 옆에 우스운 모양의 피규어가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허름하게 방치된 건물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담은 ‘황학동’은 재개발의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전시에는 두 작가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제작된 작품들도 일부 포함된다. 강홍구의 ‘생선이 있는 풍경’(2001), 박진영의 ‘서울에서 버티기’(1999~2003) 등은 15년 전 서울의 모습을 배경으로 한 두 작가의 초기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두 작가는 각각 재난과 재개발의 잔재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선보인다. 이 잔재들은 자연스럽게 도시를 기억하는 매체로 쓰인다”며 “자본주의적 욕망과 효율성의 기반 위에 지어진 오늘의 도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0월 11일까지.

도시와 그 안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풍경
‘이야기를 담은 풍경’전

‘우리가 알던 도시’전이 재개발과 재난 속 도시의 냉혹하고 차가운 모습을 짚었다면, ‘이야기를 담은 풍경’은 이와 상반되게 차갑게만 보였던 도시 안에서 발견한 따뜻한 이면을 담는다. 정영주와 장원영은 복잡하고 빠르게 변하는 거대 도시 공간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정영주, ‘도시 - 사라지는 풍경’. 캔버스에 한지와 아크릴릭, 65 x 91cm, 2015.

정영주는 완만한 둔덕 위로 판잣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산동네 풍경을 캔버스에 한지와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작가는 어느 날 남산에서 바라본 높은 빌딩 사이의 초라한 판잣집들이 자신의 모습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도시 개발 속 보기 힘든 산동네 풍경은 작가의 마음속 유년 시절 추억의 풍경으로, 따뜻하고 안정감을 주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사라지는 풍경’은 먼 곳으로 갈수록 작아지면서 점점이 사라지는 집들의 풍경을 담았다. 도시화 속 사라져 가는 풍경에 대한 아쉬움과 더불어 이 풍경이 영원하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장면이다. 노을이 지면서 어스름이 깔리는 하늘 아래 끊임없이 펼쳐질 것만 같은 판잣집에 하나 둘 불이 켜진 모습은 그리움과 애잔함 그리고 따뜻함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캔버스에 한지를 붙여 입체감 있는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아크릴 채색 기법을 사용하는데, 이 작업 방식이 보다 따뜻하고 편안한 색감을 지닌 도시를 만들어 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지치거나 힘들 때 돌아가면 언제나 받아주는 마음 속 고향 같은 따뜻함과 고요한 안정감을 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느끼게 하고,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한 번쯤 생각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장원영, ‘여기(Here) No. 1’. 레이어에 아크릴릭, 피그먼트 프린트, 53 x 160 x 7cm, 2014.

장원영은 거대한 도시 속 숨어 있는 소소하지만 인간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입체 사진에 담는다. 학창 시절, 그는 어느 날 새벽에 학교 뒷산에 오르다 아현동 달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산으로 오르는 비탈진 골목길에 맞붙은 창가 안으로 밥 짓는 할머니가 보였고, 등교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아현동을 낙후된 도시의 어두운 모습으로만 바라봐 재개발 소식을 듣고 주변 환경이 정비될 것을 반기던 작가에게 이 광경은 충격이었다.

그는 “재개발을 앞둔 허름하고 삭막해 보이는 달동네에 겉모습과는 달리 온기 있는 사람들의 삶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진실된 삶에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작가는 1000여 장의 사진을 찍어 이를 하나의 큰 파노라마 풍경으로 만든다. 멀리서 보면 거대한 도시 풍경 같지만 작품 가까이에 다가서면 그 도시 안에 사는 인물들의 모습을 실루엣을 따라 레이저 커팅한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서울의 야경은 온정이 느껴지지 않아 삭막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 있음을 인지할 때 도시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을 준다”고 밝혔다. 전시는 리나 갤러리에서 7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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