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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뉴스] 검정은 그냥 까맣다? 이렇게 다양한데?

‘블랙 베리에이션’전 vs ‘검정색조의 방식: 코니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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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2호 김금영 기자⁄ 2015.10.12 10:35:48

▲신선주,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Cathedral of St. John the Divine)’. 코닥 캔버스에 울트라크롬 피그먼트, 아크릴릭, 오일 파스텔, 200 x 300cm,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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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검정(black)의 사전적 정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 이미지는 무거움, 두려움, 암흑, 공포, 죽음, 권위 등을 상징한다. 죽음을 애도하는 색으로도 사용한다. 심리적으로 편안함과 보호감, 신비감을 준다.’
다양한 색 중 검정이 가진 매력은 특별하다. 사전에 나온 것처럼 무겁고 두려운 이미지를 지녀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주로 쓰인다. 그러나 또한 패션계에서는 멋지고 시크한 색깔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냥 까맣다고 하기엔 신비한 매력을 지닌 검정색의 향연이 전시장에 펼쳐졌다.


남성의 검정에서 여성의 검정까지 ‘블랙 베리에이션’전

‘블랙 베리에이션(Black Variation)’전은 검정이 가진 다양한 스펙트럼과 매체의 포괄적인 방향성을 모색한다. 즉 검정을 하나의 색으로 치부하지 않고, 검정이 어떤 매체와 결합하고, 색다른 주제와 만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그 다양성을 실험하는 자리다. 작가들은 검정색을 사용하되, 기존의 작업 성향에 극단적인 변화를 취하지는 않으면서 자신만의 검정 이야기를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문성식, ‘남과 여’. 종이에 아크릴릭, 111.5 x 77cm, 2015.

문성식 작가는 물과 아크릴을 이용해 2013년부터 관심을 가져온 인물화와 새 드로잉을 보여준다. 작품에서 서로 다정하게 안은 채 눈물을 흘리거나, 기운이 없는 남자에게 여자가 음식을 먹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모습 자체는 희극보다 비극에 가까워 다소 거칠어질 수 있는 이미지다. 하지만 작가는 여기서 검정색을 사용해 담담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즉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검은색의 강인하고 남성다운 이미지보다는, 한없이 연약해지고 부드러워질 수 있는 검정색의 이면을 앞으로 부각시킨 뒤 연약한 생명에 대한 시선과 결합해 작품에 담는다.

▲설원기, ‘드로잉(Drawing) 2 다리’. 폴리에스테르에 잉크, 44 x 36cm, 2009.

설원기 작가는 매체의 특성들, 예를 들어 흡수, 반발, 융합 등의 효과를 이용해 재료들 간의 반응을 실험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들은 내밀한 감정에 집중하고 이를 기록하기 위해 화려한 색을 제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검정색을 사용하면서 매체의 근원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성향을 보여준다. 

▲안지산, ‘기념촬영’. 캔버스에 오일, 117 x 91cm, 2015.

안지산 작가는 스스로 예측할 수 없고 컨트롤 할 수 없는 오일을 사용해 검정색이 가진 강인하고 거친 질감, 즉 문성식과는 반대되는 검정의 맛을 보여준다. 동물 박제의 모습을 담은 ‘기념촬영’의 경우 정감 있는 작품명과는 달리 검정색의 어두움이 작품 전체에 감돌며 서늘하고 경직된 느낌을 준다. 안 작가는 “검정이 주는 어두움은 내가 느낀 것들을 보다 명료하게 해주고, 복잡다단한 것들을 사라지게 해준다”고 말했다.

스페이스비엠 측은 “문성식 작품 7점, 설원기 작품 8점, 안지산 작품 6점까지 총 21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단순히 검정색이 가진 풍부한 감성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것이 어떤 대상, 이미지와 만났을 때 좀 더 심도 깊은 접근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이런 시각적, 감성적 접근은 어떤 주제를 선율과 리듬, 화성 등을 여러 형태로 변형해 연주하는 변주의 특성처럼, 변주를 위한, 변주에 의한, 변주의 검정을 경험하게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스페이스비엠에서 11월 1일까지.


진득한 검정이 품은 공간의 묘미 ‘검정색조의 방식: 코니스’전

‘블랙 베리에이션’전이 검정을 주제로 여러 작가가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면, ‘검정 색조의 방식: 코니스’전에서 신선주 작가는 진득한 검정색으로 작품을 채워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우라를 내뿜는 검정색의 묘미와 깊이를 파고든다.

작가는 블랙 앤 화이트(black and white)의 단순한,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화면 구성을 선보인다. 화면에 등장하는 주요 모티브는 서양 고대 건축 양식의 엔타블러처(entablature)로, 고대 그리스나 로마 건축에서 기둥에 의해 떠받쳐지는 부분이다. 작가는 이 중 가장 위의 처마 끝을 형성하는 ‘코니스’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전시명처럼 코니스의 형상을 온통 검정색으로 묘사한다.

‘블랙 베리에이션’전의 검정색은 거칠면서도 연약한, 즉 상반된 이미지를 모두 갖고 등장하는데, ‘검정 색조의 방식 코니스’전의 검정색은 침묵 속 고요한 잔상을 주요 이미지로 끌고 간다. 특히 검정색이 품은 무한한 공간과 깊이감이 주요 모티브다. 영은미술관, 버틀러 도서관,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 등의 코니스가 작품에 등장한다. 실제 있는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검정색으로 묘사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공간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선주, ‘영은미술관(Youngeun Museum of Contemporary Art)’. 캔버스에 아크릴릭, 오일 파스텔, 110 x 284cm, 2014.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동양에서 검정색은 그을음이 잔뜩 끼어 새까매진 것을 표현하는 검을 흑(黑)과 우주에서 바라본 하늘의 색을 닮은 검을·가물 현(玄)으로 구분된다. 특히 玄 자의 어원은 가야금의 줄을 뜻하는 시위 현(弦) 자에서도 알 수 있듯, 원래 실타래 혹은 누에에서 나온 실을 비유한 것이다. 즉, 작은 누에고치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가늘고 보일 듯 말듯 아련해 가물가물한 상태를 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검을 흑과 달리 검을 현은 오묘(奧妙), 심오(深奧), 신묘(神妙) 등 심연(深淵)의 깊은 공간적 상징성을 지녔다. 신선주 작가의 검은색은 현(玄)의 철학적 의미를 품었다. 모든 소리는 침묵이 되고, 현란한 빛은 어둠 속에 잠겨 그 고요함의 잔상이 느껴진다. 단순히 검은 평면적 색깔 너머의 어둠속 공간의 깊이에 주목한 것”이라며 “때문에 절제된 빛으로 원하는 최소한의 형상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작가 특유의 직관력이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LIG아트스페이스에서 11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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