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가 - 디지털 갤러리] 온라인 관람이 실제관람보다 낫다고?
▲국립중앙박물관 스마트큐레이터 프로그램 참가자가 태블릿PC를 이용해 전시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작품에 대한 설명과 작가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예술 작품을 손쉽게 접하는 기회가 늘고 있다.
‘e-book’, ‘QR코드(바코드보다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 스마트폰에서 QR코드 앱을 이용해 스캔해 코드에 담긴 각종 정보를 제공받는 시스템)’, ‘NFC(10cm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서 다양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 등 첨단 기능을 이용한 디지털 미술관의 시대다.
웹에서 문화예술을 접하는 시도는 구글이 론칭한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Google Cultural Institute)가 첫 발을 내딛었다. 구글은 지금도 영역을 넓히며 전 세계 문화예술 콘텐츠를 한 눈에 보는 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는 ‘뮤지엄 뷰(Museum View)’ 서비스를 통해 각국의 문화기관들을 온라인으로 방문하거나, 또는 현장 방문을 앞두고 이들 기관들이 하는 일을 한 눈에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를 통해 언제라도 박물관을 방문한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전문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을 통해 문화유산에 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가상전시장 통한 반영구적 미술감상 제공
큐레이터 설명 들으며 실제 전시장 방문 효과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가 문화예술 기관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에 힘을 실었다면, ‘버추얼 전시 감상투어’ 프로그램은 지난 전시를 입체적이고 반영구적으로 재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된 수단이다.
사비나미술관이 ‘미래형 미술관으로의 초대’를 목표로 론칭한 이 프로그램은 버추얼 리얼리티 촬영기법과 큐레이터의 음성 해설이 결합돼 시공간을 초월해 누구라도 쉽게 미술관 큐레이터와 함께 지난 전시를 체험할 수 있다.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에 소개된 국립현대미술관 다다익선 설명 페이지. 사진 =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부터 QR코드 및 NFC 음성해설 서비스, e-book 서비스, 인터넷 생방송, 버추얼 전시장 체험 등 크고 작은 차별화되고 실험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디지털 뮤지엄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버추얼 전시감상 투어’는 단순히 작품 이미지를 보이는 것을 넘어, 생생한 가상 전시장을 구현해 미술관을 방문한 것과 비슷한 역동적 체험을 유도한다. 특히 전시를 꾸린 큐레이터의 음성 해설로 전시 기획 의도와 작품 설명을 현장감 있게 들을 수 있어, 그냥 전시장을 찾은 것보다 오히려 전시와 작품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하다.
그 첫 시도는 지난 3월 개최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를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로 촬영하고, 전시의 기획 의도 및 출품작 소개를 큐레이터가 음성과 영상으로 추가해 이뤄졌다. 작품 이미지 및 텍스트가 인터넷 가상현실 기술로 전달된다.
미술관 관람 동선에 맞춰 관객은 마우스를 이용해 자유롭게 전시장 공간을 돌아다닐 수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전시를 듣고 볼 수 있는 이색경험이다.
온라인 가상 전시장은 사비나미술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기능도 한다. 전시 기간 중 전시장을 방문하지 못했어도 다시보기를 통해 현장감 있게 전시를 재감상할 수 있다.
▲‘버추얼 전시감상 투어’ 프로그램의 홍순명 작가 전시 투어 모습. 사진 = 사비나미술관
공간 제약 탓에 많은 인원이 현장에 참여하기 힘든 아티스트 토크 등 참여형 프로그램은 인터넷 생중계가 뒷받침한다. 세미나가 끝난 후에도 언제든지 녹화된 동영상을 볼 수 있다.
미술관 측은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은 전시 관람의 확장된 방식을 제시한다”며 “전시 및 소장품을 이용해 주제 중심 또는 작가 중심으로 개발된 가상전시 프로그램은 미술관 디지털 아카이브의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웹상에서 미술관을 방문한 것과 같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버추얼 전시감상 투어’는 학교, 도서관, 병원 등 미술관 밖에서 활용할 수 있어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과 영역을 확장시킨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언제 어디서나 미술관 방문하세요”
“전시 설명과 작품 감상을 동시에 이뤄주는 것은 아마도 국내 미술계 첫 시도가 아닐까 합니다.” ‘버추얼 전시 감상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의 주장이다.
강 팀장은 “전형적인 오디오 가이드는 시간 제약이 많았습니다. 전시 종료 뒤에는 아쉬움이 컸죠. 전시장을 찾기 힘든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미술관이 먼저 사용자 편리에 다가가는 첫 시도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클릭 하나로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습니다. 마치 전시장을 직접 찾은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실제 전시장을 방문할 때 익숙한 관람 환경을 미리 제공하는 것도 커다란 효과”라고 설명했다.
▲강재현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 사진 = 박여선
강재현 팀장은 사립미술관인 사비나미술관이 재정적으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미술 인구 저변 확대라는 대의를 위해 시도하는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지난 10월 20일 론칭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전에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고 있으며, 11월에는 ‘컬러 스터디’전에 대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첫 시도이기에 다국적 기업이 하는 것과 비교한다면 덜 화려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한국형 버추얼 전시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킬 것 입니다.”
강 팀장은 “웹상에서만 구현되는 점이 아쉽습니다. 스마트폰에서도 구현되도록 모바일 버전을 구상 중이지만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모바일 플랫폼이 생활밀착형 도구로 활용되는 트렌드에 맞추기 위해 조만간 모바일 버전을 론칭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스마트 큐레이터’
터치하며 전문가 설명 듣는 교육프로그램
국립중앙박물관이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스마트 큐레이터’는 박물관에서 제공한 태블릿PC를 보고 듣고 터치하며 전문 해설사의 설명을 듣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박물관의 대표 유물 관람 및 유물 해설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되는 ‘스마트 큐레이터’는 전시장에서 전문 해설사의 목소리 설명과 함께 태블릿PC에 저장된 유물 정보 그리고 눈으로 볼 수 없는 과학적인 데이터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스마트큐레이터 프로그램에 사용된 ‘칠포보살 좌상’ X-선 촬영 이미지. 사진 = 국립중앙박물관
올해는 ‘과학으로 본 유물의 비밀’을 주제로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세부 문양, 제작기법, 내부 모습 등 유물의 숨겨진 특징들을 X-선, 주사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한 보존과학적 측면에서 밝혀내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20년간 보존 처리를 거친 다호리 유적 통나무관, X-선을 투과시켜 본 칠포보살 좌상, 색 안료 분석을 마친 중앙아시아 벽화 등 총 6곳 전시실의 유물을 새로운 각도에서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고객지원팀은 “오디오 가이드와는 달리 실제 유물의 자세한 정보를 해설과 이미지로 동시에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가족과 함께 오는 어린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습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큐레이터는 매일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며,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관람 1주 전부터 선착순 예약으로 신청할 수 있다.
왕진오 기자 wangpd@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