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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9주년 인터뷰 -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포스트뮤지엄으로 새흐름 주도”

“소외 계층·보통사람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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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57호(창간기념호) 왕진오 기자⁄ 2015.11.19 08:54:19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실에서 CNB와 만난 김홍희 관장. 사진 = 왕진오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왕진오 기자)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 ‘지드래곤 피스 마이너스 원’ ‘미묘한 삼각관계’ 등 서울시립미술관이 최근 1년간 야심차게 준비한 전시회들이다. 일부 언론과 관계자들의 비판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이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목표로 삼고 있는 ‘포스트뮤지엄’ 추진 과정이라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포스트뮤지엄’은 김홍희(67)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2012년 취임 때 밝힌 미술관의 핵심 운영방침이다. 

“기존 미술관을 넘어선다는 뜻입니다. 굳어진 관행·제도를 넘어, 과거처럼 예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다는 취지죠. 엘리트만을 위한 미술관이 아니라, 관객 중심, 대중과 소외된 문화계층을 아우르는 공간으로서 동시대적이면서도 탈장르 그리고 대안적 프로그램을 펼쳐 보이려는 목표입니다.”

CNB저널은 창간 9주년을 맞아, 취임 4년을 맞은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만나 공공미술관으로서 서울시립미술관 운영 방안과 비전 그리고 미술 저변 확대를 위한 계획을 들었다.

김홍희 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이 시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획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의 지평과 대중문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포스트뮤지엄의 뿌리에는 탈식민주의 개념이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문화는 너무 많이 소개돼 익숙하지요. 그러나, 비서구권인 제2, 제3세계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편중보다는 균형,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올해 초 ‘아프리카 나우’, ‘미묘한 삼각관계’, ‘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지아’, ‘서브컬처: 성난 젊음’등 다소 난해하면서도 진보적일 수 있는 전시들이 연이어 꾸려졌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이 전시들에는 새로운 문화적 자극을 통해 한국 문화를 재조명하자는 김 관장의 기획이 스며들어 있다. 

“비전과 목표 수립을 통해 진행된 전략 전시들입니다. 산발적 프로그램은 없다고 보셔도 됩니다. 사전 계획을 통해 연속성 있는 전시를 꾸리는 것이 미술관의 정체성 확보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상류층 전유물 벗어나 보통사람 위한 공간으로”

김 관장 부임 뒤 진행된 ‘팀 버튼’전에는 관람객 50만 명이 몰렸다. 미술의 영향이 영화와 패션 영역까지 넓어지는 현상이다. 동시에 그동안 일류만을 쫓던 미술관이, 비주류·제3세계·여성·소외계층을 위해 문턱을 낮추는 첫 걸음이기도 했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시립미술관이 현대미술과 대중문화의 접점을 만들고,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 고취를 목표로 꺼낸 히든카드 중 하이라이트는, 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을 전면에 내세운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전이었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지드래곤이, 그간 자신이 보였던 가시적 퍼포먼스를 넘어, 자신의 음악적 세계관을 반영한 미술 작품들을 내놓는다는 것이 콘셉트였다. 팝뮤직과 시각예술이 만나 창의적 키워드를 제시한다는 맥락이었다.

이에 대해 순수미술 전문가들 사이에는 “창의적이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미술관이 기획사 광고 마케팅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강한 비판도 있었다.

“젊은층 위한 문화소통 창구로 나설 것”

당시 김 관장은 “지드래곤을 통해 젊은 관객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번 인터뷰에선 “대중문화 아이콘과 현대미술의 만남이라는 슬로건에 관객 7만여 명이 미술관을 찾았다. 대다수가 10대, 20대 관객들로 미술관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연령대였다. 예술과 연예인의 컬래버레이션을 미술관이 제공했고, 흥행도 이루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의 말처럼 ‘피스 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는 대중예술인이 주인공이 됐고, 그를 보고 싶어 하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장이 됐다는 점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찾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시립미술관은 11월 29일부터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전의 막을 올린다. 김 관장은 “팀 버튼 전보다는 덜 대중적인 콘텐츠다. 하지만 큐브릭의 스페이스를 보여줌으로써 영화 속 장면이 탄생한 모티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SF 판타지의 선조 역할을 한 큐브릭을 통해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자극을 받고 창의적 모험심이 고취되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의 저변확대, 즉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김 관장은 여러 묘안을 내놓았다. 미술관에 오기만 하면 좋은 일이 하나씩 생긴다는 기치 아래 예술가들이 만들어주는 점심 ‘런치 박스’를 통해 작가의 직접 만나서 대화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클래식 콘서트부터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공연까지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온갖 방법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2012년 당시 중견작가를 조망하는 전시 ‘히든트랙’을 설명하는 김홍희 관장. 사진 = 왕진오 기자

김 관장은 “대중성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관객들의 미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중화를 위해서는 하이 앤 로우의 교묘한 통합 소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라며 “고차원 예술을 대중적으로, 대중 예술을 고차원 예술로 버무려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항상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모든 사람에게 놀이터 같은 미술관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이곳에 오면 한 가지 이상 얻어갈 게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더욱 정교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입니다. 전시 작품 설명을 전국 어느 미술관보다 더 쉽고 세세하게 해놨습니다. 어려운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는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의 일환입니”고 설명했다.

덕수궁 돌담길 프로젝트와 신개념 아트페어라는 투 트랙으로 작가 지원을 하려는 김 관장의 계획은 지난 9월 4일 진행한 ‘SeMA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로 인해 역풍을 맞기도 했다. 

김 관장은 “당시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범을 보인 전시였습니다. 그런데 너무 크게 깨졌죠. 화랑과 교감을 통해 일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아트페어란 말에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번 시행착오를 통해 내년에는 위험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을 가지고 새로운 방식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다시 꾸리려 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미술 저변확대와 작가 프로그램 확충

과거 미술관은 서구 문화를 추구하는 상류층, 엘리트 문화의 전유물로 치부됐다. 이제 서울시립미술관은 근현대 미술을 중심으로 일반 관람객에 대한 배려, 소외된 문화계층과 보통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이를 위해 미술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비엔날레, 고전과 현대, 정통과 대안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융합과 통섭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게 김 관장의 작전이다. 동시대성을 강조하는 시의적 프로그램, 미술의 확장된 개념을 반영하는 탈장르 전시, 미디어시티, 레지던시 같은 대안적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려는 계획도 다 그런 내용들이다. 

모든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는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김 관장의 추구는 내년 임기 4년의 마무리를 찍게 된다. 물론 재임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그의 비전인 ‘아름다운 미술관, 착한 미술관, 똑똑한 미술관으로의 변신’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마무리될지 많은 미술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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