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수에나, 에이블 파인 아트 갤러리서 전시
▲수에나 작가의 전시 오프닝이 열린 에이블 파인 아트 뉴욕 갤러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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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한국 작가의 자화상이 뉴욕을 홀렸다. 수에나 작가가 에이블 파인 아트 뉴욕 갤러리(Able Fine Art NY Gallery)에서 11월 12일 전시의 첫 시작을 알렸다. 한국에서 9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는 이랜드 문화재단 공모 작가에 선정됐고, 2014년도에 뉴욕으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도 그 도전의 일환이다.
수에나의 작품 주제는 인물이다. 하지만 한 눈에 그걸 바로 알아보긴 쉽지 않다. ‘이 그림엔 어떤 인물이 있을까’ 호기심을 갖고 작품을 감상하면 그 인물은 이내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독특한 자화상의 매력에 뉴요커도 흥미를 보였다. 개념 미술가이자 뉴욕의 미술 평론가로 알려진 로버트 모건(Robert C. Morgan)은 그의 작품을 보고 갤러리로 전화를 걸어 “매우 흥미 있는 전시”라며, 방문 예정을 미리 알릴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 오프닝에 참석한 그는 “처음에 작품 이미지를 접했을 때 서양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갤러리에서 만난 작가가 한국인이고 너무 젊어서 놀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그는 “수에나 작가의 작품은 일반 동양 작가들과 달리 서구적인 스타일이 많이 느껴진다. 근래에 보기 힘든 작품성을 지녔고, 풍부한 색채가 화면에 넘친다”며 “처음 먼 거리에서 작품을 보면 일반적인 추상 작품 같아 보이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보면 작가가 의도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품의 색채에서 기(氣)를 느낄 수 있다”고 표현했다.
▲평론가 로버트 모건(왼쪽)과 수에나 작가가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모건 박사는 사전 방문 예정을 알릴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른 작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수에나 작가만의 독창성이 있다. 특히 작은 그림보다는 대작에서 작가의 의도가 더 잘 드러난다. 지금은 색채를 실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젊은 작가가 이 정도의 그림을 해내는 것으로 볼 때, 앞으로 더욱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극찬했다.
애정 어린 조언도 전했다. 모건 박사는 “좀 더 추상적인 표현법을 연구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며 “작가가 갖고 있는 기본 철학이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개방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작가가 가진 열정과 기(에너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격려했다.
인류애 담은 독창적 자화상 작업
모건 박사뿐 아니라 많은 뉴요커들이 전시 오프닝에 참석해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다. 한국인의 자화상이 뉴욕에서 이토록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탕에는 어린 시절부터 인물에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새 시도를 해 온 작가의 태도가 있다.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 왔다. 그 결과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식하는 게 가장 소중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작가의 자화상은, 단지 모습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속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자화상에서 단순히 자신의 모습뿐 아니라 타인의 모습까지 발견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까지 깨달았다”며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있고, 그가 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작가는 고백했다.
▲수에나, ‘인 디 얼리 모닝(In the Early Morning)’. 캔버스에 오일 파스텔, 아크릴릭, 50.8 x 40.5cm, 2015.
이 시점부터 자화상은 작가라는 개인 범주를 뛰어넘어 공동체 관계로까지 확장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예술적 관점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모델이 되는 사람들은 특별하거나 위대한 사람들이 아니다. 카페나 연극 무대, 혹은 길거리에서 만난, 작가가 가는 곳 도처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특별하고 친근해질 수 있었다.
각 인물이 주는 느낌이 분명히 달랐다. 작가는 늘 또 다른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타인에게 다가갔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들의 상황과 내면을 예술로 이해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독특한 자화상을 탄생시켰다.
수에나는 “인류애를 포용한 예술적 표현이 최고의 가치”라 표현했다. 인종,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인물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수용력을 지녔기에 그의 자화상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심지어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까지도 자신과 어떤 형태로든 연결돼 있는 존재라면서 관계에 관심을 갖는 작가의 작업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전시는 에이블 파인 아트 뉴욕 갤러리에서 12월 2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