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 모네의 그림속 인물이 걸어가네!
첨단 기술 활용한 영상 전시들 눈길
▲‘모네: 빛을 그리다’전은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성의 결합을 추구하는 컨버전스 아트를 콘셉트로 했다. 한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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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머글’(소설 ‘해리포터’에서 마법사들이 마법을 못 하는 보통 사람을 낮춰 부르는 속어)들에게 마술의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디지털 기술이 발전되면서 과거의 명화를 마구 움직이게 만드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움직이는 빛으로 모네의 사랑을
‘모네: 빛을 그리다’전
그림 속 새들이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가 하면, 등장인물이 천천히 산보를 한다. 작품 배경 중 흩날리는 눈발은 초겨울에 작품 감상 묘미를 더한다. ‘모네: 빛을 그리다’전 현장이다. 모네의 그림에 첨단 기술을 접목해 살아 움직이는 그림으로 재탄생시켰다.
전시는 컨버전스 아트를 기본 콘셉트로 한다. 명화에 CG 기술을 덧입혀 2D, 3D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명화를 디지털로 변환시켜 입체 영상신호로 바꾼 뒤, 고화질 프로젝터를 통해 전시장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 투사한다. 본다빈치가 2014년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에서 처음으로 컨버전스 아트를 선보였고, 두 번째로 ‘헤세의 그림들’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도 본다빈치가 참여했다.
김수경 본다빈치 대표는 “반 고흐는 고통과 절망, 헤세는 치유와 위로가 키워드였다. 그리고 이번 모네 전시는 빛과 사랑이 키워드다. 천재였지만 고통스럽게 산 고흐의 삶을 먼저 살피고, 이후 헤세를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읽자는 순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는 살아가며 많은 힘든 일을 마주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고,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 명화로 익숙한 모네의 그림이 움직이는 데서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아날로그 감성에 첨단 기술을 입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모네: 빛을 그리다’전 전시장. 벽면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그림을 마주할 수 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넓은 전시장 벽면이 모두 움직이는 그림의 캔버스가 된다. 약 60여 개의 프로젝터와 4m 높이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인상주의의 웅장함이 재현된다. 모네를 비롯해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작품도 전시된다. 인상주의는 1874년 파리 화단 살롱전에서 거부당한 모네를 비롯해 드가, 르누아르, 파사로, 시슬레 등 신진작가들이 일군 화풍이다. 살롱전에 출품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 작품을 본 비평가 루이 르로이가 조롱조로 남긴 ‘인상만 남는다’는 조롱에서 인상파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시는 △이해의 시작: 모네 그리고 빛 △영혼의 이끌림: 나의 친구, 나의 연인, 나의 색채 △인상의 순간: 인상, 해돋이 △비밀의 정원: 아름다운 구속, 지베르니 △사랑의 진혼곡: 카미유, 애틋함부터 애절함까지 △자연의 거울: 수면 위의 수련 △루앙의 기도: 시간을 관통하는 빛 등의 섹션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전시장에는 앙드레 가뇽 음원이 배경 음악으로 어우러진다. 전시는 전쟁기념과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을 재조명
‘백남준 그루브 - 흥(興)’전 등
세종문화회관에선 현재 안팎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한창이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안에서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서거 10주기를 앞두고 선보이는 ‘백남준 그루브 - 흥(興)’전이, 바깥 대극장 기둥에는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 기법으로 미디어아트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그리고 세종 현대모터갤러리에서는 미디어아티스트 맷 파이크와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대표 작가인 이용백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다.
▲백남준의 ‘피버 옵틱’이 설치된 현장. 사진 = 세종문화회관
‘백남준 그루브 - 흥’전은 화면에 움직이는 그림을 그린 비디오아트 창시자 백남준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책과 영상, 사진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아카이빙 형태의 전시다. 재입장이 가능하고, 미디어아트가 상영되는 화면 앞에 의자를 배치해 오랜 시간 감상이 가능하다.
백남준의 2000년 작품 ‘호랑이는 살아 있다 - 월금, 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작품인 ‘보이스 복스(Beuys Vox)’, 그리고 ‘피버 옵틱(Phiber Optik)’ 등을 전시한다. 또한 국내에서 처음으로 미국 영상 자료원(EAI)과 백스튜디오로부터 공식 승인 받아 대여한 영상 작품과 기록물 8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세종 현대모터갤러리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는 ‘빛나는 도시’라는 테마 아래 5개의 짧은 영상이 빠르게 변하며 반복하는 방식이다. 도시인의 획일적이면서도 빠른 삶의 표현해 백남준 전시와는 대조적이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국내 미디어아트의 저변 확대를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세계 유수의 미디어아티스트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더 나아가 신진 작가를 발굴 및 후원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해가 지면 건물 외벽이 미디어아트 전문 상영 전시장으로 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대극장 전면 6개 기둥(세종대로 방향)에 롤 스크린 5개를 설치하고, 빛의 밝기를 고려해 로비 방향에서 프로젝터를 사용해 스크린에 영상물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1개 스크린의 크기는 가로 4.6m, 세로 8m이며, 5개 스크린을 동원한 총 면적은 가로 23m, 세로 8m로 거대한 영상 작품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이용백의 ‘I를 위한 컬렉션’이 세종문화회관 외관에서 상영 중이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
‘백남전 그루브 - 흥’전은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2016년 1월 29일까지 열린다. ‘빛나는 도시’전은 세종 현대모터갤러리에서 향후 5년간 매일 일몰 30분 후부터 밤 11시까지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그리고 백남준의 ‘호랑이는 살아 있다 - 월금, 첼로’가 상설 전시됐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부엔 2016년 1월 29일까지 이병찬의 ‘어반 크리처(Urban Creature)’, 한기창의 ‘뢴트겐의 정원’이 전시된다. LED, 전동 모터, X선 필름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미디어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 작품이 전시됐던 공간에 신진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품이 공개되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밝혔다.
움직이는 그림과 음악의 조화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전
2014년 말부터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 ‘반 고흐 미디어아트’ 등 반 고흐를 소재로 한 대형 디지털 미디어 아트 전시를 선보인 (주)미디어앤아트가 세 번째 프로젝트로 ‘반 고흐 인 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이하 ‘반 고흐 인사이드’)전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장소를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사)를 선택해 눈길을 끈다. 전시 관계자는 “기차의 발달로 인상파 화가들의 야외 사색과 교외 풍경화 작업이 가능했다. 이런 맥락에서 프랑스의 오르세역이 인상주의,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오르세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것과 같은 의미로, 서울의 대표 근대 건축물인 문화역서울 284가 반 고흐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할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장 벽면 전체를 캔버스로 탈바꿈시킨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과 ‘반 고흐 미디어아트’에 이어 이번 전시에서도 장소를 최대한 활용해 작품의 움직임을 극대화시킨다. 문화역서울 284의 붉은 벽돌 건축자재와 화강암, 박달나무로 이뤄진 마룻바닥 등이 고스란히 캔버스로 변한다. 그리고 중앙홀과 1, 2, 3등 대합실, 한국 최초의 양식당이었다는 2층 그릴 공간이 전시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반 고흐 인사이드: 빛과 음악의 축제’전에서는 문화역서울 284의 붉은 벽돌 건축자재와 화강암, 박달나무로 이뤄진 마룻바닥 등이 고스란히 캔버스로 변한다. 사진 = (주)미디어앤아트
이번 전시에서는 반 고흐 외에 클로르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폴 고갱 등 당대 작가들의 작품 총 400여 점이 디지털 아트로 구현된다. 4~6m의 기본 스크린뿐 아니라 벽면에 노출된 부조와 천장에도 풀HD급 고해상도 프로젝터 70대를 동원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전체 공간이 1개의 그림으로 동기화 되거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빛의 파장을 패턴화 또는 시각화해 노출함으로써 마치 작품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 부제인 ‘빛과 음악의 축제’에 걸맞게 음향에도 신경을 쓴다. 테마파크, 공연장 등 한정된 공간에 적용되던 음향 PA(public-address system), 즉 전관 방송 앰프 시스템을 도입한다. 뮤지션 포틀래치(Potlatch)가 프로듀싱한 ‘반 고흐 인사이드’ OST를 그림과 함께 약 1시간가량 감상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문화역서울284 건물 안의 독특한 공명이 사운드 시스템과 어우러져 전시의 느낌을 배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문화역서울 284에서 2016년 1월 8일~4월 17일.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