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 “어느 별에서 왔니?” 우주 주제 전시 둘
‘마리킴 - 세티(SETI)’전 vs ‘나사(NASA) 휴먼 어드벤처’전
▲마리킴 작가의 개인전 ‘세티(SETI)’ 전시장. 신관 전시에는 우주에 가려는 인간의 노력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2015년 개봉한 영화 ‘마션’은 화성에 낙오된 인간의 생존기를 그렸다. 호평과 더불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최근 우주 특집의 첫 시작을 공개하며 화제가 됐다. 인간이 달에 첫 발을 디딘 순간부터 현재까지 우주에 닿으려는 노력은 여러 형태로 계속되고 있다. 우주는 아직 파헤칠 것이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다. 이 가운데 우주에 닿으려는 인간의 시도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두 전시가 있다. 현재까지의 우주과학 기술을 보여주는가 하면, 우주에 대한 자신의 신조를 작품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인간의 근원을 우주에서 찾는 시도
‘마리킴 개인전 - 세티(SETI)’
전시장에 들어서자 알 수 없는 문구를 적은 네온사인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았다. ‘N=R*·fp·ne·fl·fi·fc·L’.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웨어 이즈 에브리바디?(Where is everybody)’라고 적혀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마리킴 작가가 바로 설명에 나섰다. 드레이크방정식으로, 넓은 은하계 속 인간과 교신할 수 있는 지적 외계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수식이란다. 그러면서 “외계인을 만날 가능성이 결코 적지 않다”며, “그런데도 아직껏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들은 대체 어디 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작업한 것”이라 설명했다. 전시를 보러 왔다가 뜬금없는 설명에 ‘웬 4차원 작가?’라고 여길 수도 있다. 외계인 같이 별난 구석이 있는 작가지만 그런 만큼 매력있다.
미성숙한 어린아이 몸에 큰 눈망울을 가진 캐릭터 ‘아이돌(Eyeball)’ 작업으로 알려진 마리킴이 4년 만에 국내 개인전 ‘세티(SETI)’로 돌아왔다. 그간 아이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 이야기를 풀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관심을 살폈다. 그리고 인간의 근원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전시 제목인 세티(SETI)는 나사(NASA)가 진행하고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의 약자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자신의 분신이랄 수 있는 아이돌의 창세기(genesis), 현재(present), 미래(future and beyond)의 변천사를 보여주며, 인간이 우주로 떠나는 과정까지 인도한다. 인간을 상징하는 존재로 아이돌을 내세워 자신의 근원을 궁금해 하고, 이 궁금증이 우주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의 커다란 눈동자를 통해 인간의 욕망, 고정관념 등 현대 사회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회화, 네온, 조각, 영상 등 189여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학고재 갤러리에서 2월 24일까지.
마리 킴 “특이? 우주 관심은 보편적”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자 마리 킴은 잠시도 쉬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최근 생긴 관심은 아닌 듯 했다. 기존 작업은 물론 신작까지 전시 주제와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 썼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번 전시 주제는 특이한 것 같네요. 그간 선보여온 대중적인 작업과는 좀 다른 느낌인데요?
“그럴 수도 있지만, 인간의 우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과거부터 늘 있어온,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이 넓은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과연 지구뿐일까요? 외계인이 지구에 생명을 뿌려놓진 않았을까, 인간의 근원이 그들과 관련 있지 않을까 등 많은 가설과 연구들이 현재도 진행되고 있죠. 이런 내용을 다룬 영화도 꾸준히 생산되고 있고요. 저 또한 어렸을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당시 이상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웃음). 학창 시절에 우주, 과학 관련 비디오와 영화를 많이 봤거든요. 그 관심이 자연스레 전시에도 이어졌어요.”
- 전시가 본관과 신관 두 공간에 나뉘어 구성됐는데, 각 구간의 콘셉트는?
“아이돌(Eyebaall)을 인간을 상징하는 존재로 두고, 창세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의 이야기를 다뤘어요. 본관 가장 안쪽 공간엔 과거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하던 초창기 시절의 이야기를 전시했어요. 구석기 시대에 인간은 옷도 이름도 없이, 근원도 모르고 태어나 본능대로 살다가 죽는 과정을 반복했죠. 개성 없는, 그저 복제 같은 삶이 반복됐어요. 이 모습이 다 똑같아 보이는 꿀벌과도 같다고 느꼈죠. 그래서 2011년부터 그려온 작은 그림을 모아 벌통 같은 모습으로 전시했어요. 그림 속 아이돌들도 거의 같은 옷을 입은 획일적 모습이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마리킴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두 번째로 이어지는 공간은 현재 모습이에요. 인간이 근원에 관심을 가져 스스로 자문하기도 하고, 이념과 계산이 생기면서 전쟁도 일어나죠. 그래서 아이돌들의 모습도 공주 복장, 고양이 분장 등 다양해져요. 그리고 점차 이념의 갈등 속에서 지구가 황폐화되는 과정을 느낄 수 있죠. 관련해 원전 폭발 영상도 틀어놨고요. 계속 병들어가는 지구의 환경에, 제2의 지구가 있는지 그 가능성을 찾는 실제 현 세대의 고민을 표현했어요.”
- 그간 공개되지 않은 신작도 전시했네요. 특히 신경 썼다고 밝힌 부분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신관, 즉 미래 공간에 전시했어요. 지구를 떠나 우주로 향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죠. 이곳에 전시된 ‘퓨처 앤 비욘드(Future and Beyond)’ 시리즈는 공개한 적이 없는 신작이에요. 디지털 영상 활용 작업 위주입니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영감을 얻었죠. 영상 앞쪽엔 우주복을 입고 우주로 떠나는 아이돌의 모습이 펼쳐져요. 뒤쪽엔 외계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담았죠. 제가 상상해서 만든 문자예요. 실제 외계인과의 교신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데,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리고 아이돌이 우주에 가서 보는 여러 광경도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결국 별이라는 건 에너지가 타고 있는, 원소들의 결합이 보여주는 광경인데, 그 패턴을 이미지화 하면 아이돌 눈 속의 패턴이랑 비슷하게 생겼더라고요. 그 모습에 제 나름의 상상을 덧붙여 작업했습니다.”
- 우주에 관심이 많은 특별한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었지만, 인간의 근원과 연관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도 있어요. 그 부분이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많은 가설과 연구 중 외계인이 지구를 지나가면서 남기고 간 성분 등의 흔적이 인간에게 흡수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래서 자꾸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쳐다보면서, 하늘을 날고 싶어 하고, 더 나아가 우주에 가고 싶어 하는 본능이 생긴 거라고요. 결국 인간은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고,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에 갔잖아요? 전 아직도 우주는 할 이야기가 많은 매우 흥미진진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우주에 닿기 위한 과학의 발자취
‘나사(NASA) 휴먼 어드벤처’전
‘세티(SETI)’전이 우주에 관한 정보에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해 만든 전시라면, ‘나사(NASA) 휴먼 어드벤처’전은 실질적 과학 기술을 보여준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마션’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우주 탐사 내용으로 사랑 받았는데, 영화 속 용품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2001년 시작된 ‘나사(NASA) 휴먼 어드벤처’전은 핀란드, 스페인, 일본 등에서 열렸다. 7번째 전시 장소로 한국을 찾았다. 1만 1300㎡ 규모의 전시장에 TV나 화보집에서만 봤던 실제 우주비행 사용 로켓, 달착륙선 등이 전시된다. 또한 우주 과학의 원리와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된 각종 장치들의 구조를 볼 수 있다. 우주에 가고픈 인간의 욕망이 이뤄낸 과학 기술의 발전을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영화 ‘마션’ 속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 분)가 화성에서 탈출 시도 때 사용한 아폴로 캡슐도 전시된다.
더 이상 꿈만이 아닌, 우주 여행의 가능성도 짚는다. 2015년 10월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 유영(우주 비행사의 우주선 밖 활동)을 생중계했고, 화성 유인 탐사를 위한 우주인 후보자 공개 채용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실제 우주 유영에 사용된 우주복을 전시해 과학 기술을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우주 왕복선 아틀란티스의 발사 장면. 사진 = NASA 휴먼 어드벤처전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존으로 구성된다. ‘열기 속으로(Go Fever)’ 존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발전해온 과학과 기술 이야기를 다룬다.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오늘날 우주 항공의 발전을 이끈 미국과 소비에트의 업적을 살핀다. 두 번째는 ‘우주 개척자들(Pioneers)’ 존이다. 위대한 우주항공 기술자부터 실제 로켓엔진, 새턴 5호 미사일 외부 금속 조각까지 우주 개척에 사용된 로켓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세 번째는 ‘극한의 인내(Endurance)’ 존이다. 극저온과 극고온이 반복되고, 각종 전자파와 방사능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서 우주 비행사들의 삶을 지켜준 실제 우주복과 부츠, 그리고 우주 식량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혁신의 역사(Innovation)’ 존은 각종 로켓발사 콘솔, 우주비행사의 귀환선 등 실제와 동일한 모습의 우주선과 하드웨어가 전시된다.
다양한 체험전도 함께 진행된다. 우주 공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포토존을 비롯해 중력 체험기 등 우주인 훈련 체험, 우주비행선 시승 체험, NASA 소속 우주비행사의 초빙 강연 등 우주 체험 기회가 제공된다.
전시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이 끊임없이 동경하고 도전해온 우주 비행-탐사와 관련해 생생한 전시품,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며 “로켓, 우주선, 우주복 등 다양한 물품과 강연, 체험 프로그램과 함께 유익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2월 11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