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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전시] 곤충·타인 돼 바라본 “확 달라진 세상”

주도양 ‘곤충의 눈’전 vs 정영돈 ‘의아한 산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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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67호 김금영 기자⁄ 2016.01.25 15:58:12

▲주도양 사진전 ‘곤충의 눈 - 시선의 기원’ 전시장 1층 전경.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사진 = 사비나미술관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원효대사는 해골 물을 마시고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다름없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세상을 보는 시선도 그렇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세상은 늘 변함없이 똑같다. 하지만 조금만 호기심을 갖고 시선을 틀어서 보면 금세 자신이 알던 곳과는 다른, 전혀 색다른 풍경으로 바뀐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가 괜한 말이 아닌 것처럼, 똑같은 풍경을 다른 마음가짐과 시선으로 해석한 두 작가의 전시가 있다.


곤충이 바라보는 세계를 상상
주도양 사진전 ‘곤충의 눈 - 시선의 기원’

전시 공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사계절의 다양한 풍경이 가득 들이찼다. 그런데 풍경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분명 서울 청계천이나 호수공원 등 익숙한 풍경이 확실한데, 모양과 색깔이 가지각색이다. 사진 기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비틀거나 왜곡해 다차원적으로 표현해온 주도양 작가가 ‘곤충의 눈 - 시선의 기원’에서 곤충이 바라보는 세상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주도양, ‘벚꽃(Blossom)’. C-프린트, 100 x 200cm. 2016(4월 16일 충북 음성 감곡면). 사진 = 사비나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2만 개가 넘는 겹눈으로 땅과 하늘, 풀잎 위에서 세상을 넓게 보는 잠자리, 땅 위와 물의 표면에서 세상을 보는 딱정벌레와 소금쟁이처럼 곤충의 시선에 착안한 충감도(蟲瞰圖)를 선보인다. 인간의 눈과 카메라 렌즈, 그리고 곤충의 눈을 중심으로 ‘보는 것’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더하고,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유도하려는 의도다.

작가는 입체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를 2002년부터 이어왔다. 캔에 여러 바늘구멍을 뚫어 핀홀카메라처럼 만들어 찍은 사진 등 최대한 곤충의 시야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의 결과가 이번 전시다. 출품 작품은 크게 두 가지 기법으로 촬영됐다. 하나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C-프린트 방식이고, 두 번째는 핀홀 카메라로 촬영된 필름을 수동 검프린트(태양빛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고전 사진 기법) 방식으로 인화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재구성돼 더욱 입체적인 풍경으로 재탄생된다.

▲주도양, ‘연꽃(Lotus) Ⅲ’. C-프린트, 100 x 200cm. 2016. 사진 = 사비나미술관

주도양 작가는 “원근법적 시각을 벗어나기 위해, 사진의 광학적 원리를 이용해 입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이를 바탕으로 사진의 고전적인 방법과 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장 한 곳에는 작업실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 이곳에서 직접 사진을 촬영, 수정, 인화, 원본 파기 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사비나미술관에서 3월 18일까지.

주도양 “곤충학자 자문받아 의문의 세계 엿봐”

순박한 표정의 작가는 전시장에서 큰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그런데 전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눈빛이 달라졌다. 호기심으로 충만한 눈은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을 담고 있었다.

- 이번 전시 타이틀이 ‘곤충의 눈 - 시선의 기원’인데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우리 인간보다 수억 년 전 태어난 생명체들 중에서도 곤충이 바라본 세상에서 시선의 기원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곤충은 현재까지 지구에서 가장 많은 종과 개체수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궁금해졌죠. 사람은 두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곤충은 수백 개의 겹눈으로 세상을 보죠. 그런데 이걸 표현하는 카메라 렌즈는 하나예요. 그래서 더욱 독창적인 상상을 발휘해 세상을 바라보는 과정이 중요했습니다.”

- 입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는데, 이번 전시에 차별점이 있다면?

“여러 곤충학자의 자문을 구해 곤충의 시야에 대해 과학적 접근을 시도했습니다. 곤충의 서식지를 고려해 작품을 촬영했죠. 촬영 장소는 일산 호수공원, 양평 세미원 습지, 청계천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곳을 택했어요. 늘 똑같아 보였던 이 장소를 직립보행의 인간이 아닌, 때로는 바닥을 기어 다니고 날아다니기도 하는 곤충의 시선 속 새로운 장소로 환기하는 작업입니다.”

- 곤충의 시선을 표현하기 위한 사진 촬영 작업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어떤 날은 나무에 올라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이 젊은 사람이 안 됐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가더라고요(웃음). 하지만 결과는 흥미로웠어요. 자문을 받은 곤충학자들은 ‘곤충의 눈에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는 정말 곤충이 돼보기 전에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다만 인간 눈만큼 선명하게 보이진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하더라구요. 나중에 제 작품을 보여주니 ‘이렇게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며 재미있어 하더군요.”

- 꾸준히 이런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아까 잠깐 나무에 올라갔던 일을 이야기했었는데요, 제가 늘 걷던 땅을 벗어나 조금 다른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봤을 뿐인데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항상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던 아파트 단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나뭇잎과 꽃 등 평소 잘 보지 않던 것들이 눈을 사로잡았죠. 저 또한 관념에 갇힌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시 공간에 재현된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주도양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작업을 하는 작가로서, 한 틀에 갇히지 않고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시선을 제가 하는 사진 작업으로 함께 공유하고 싶었죠. 또한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C-프린트 작업과, 수동 검프린트 방식으로 필름을 인화하면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색과 풍경이 탄생하는 게 즐거웠습니다.”

- 전시장에 자신의 작업실까지 구현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다양한 시선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려는 의도예요. 단지 작품을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죠.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도 알려주고 싶었고요. 회화를 전공한 저는 사진을 굉장히 어렵게 배웠어요. 어디서 배워야 할 줄 몰라 혼자서 독학했는데, 더 명확하고 쉬운 방법으로 사진을 설명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예술적 상상력을 북돋아주고 싶었어요. 관람객이 직접 사진을 현상하다보면 각기 다른 작품이 탄생돼요. 단순 복제가 아닌 하나의 예술품이 되는 거죠. 스스로 탐구하는 삶의 즐거움을 함께 느끼고 싶었어요.”

- 추후 작업 계획은?

“이번 작업을 하면서 곤충의 삶이 작가의 삶과도 비슷하다고 느껴졌어요. 전시장의 작품은 마냥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기간 작업실에서 땀을 흘리죠. 매미의 유충이 6~7년 긴 세월을 땅 속에서 보내다가 일주일 힘차게 울고 생을 마감하는 것처럼요. 그 반복, 순환 과정이 유사하게 느껴져 더 곤충의 시선에 관심이 간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번 전시에서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도와, 제 작업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앞으로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다양성을 중시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 같아요.”


호기심 한 방울로 특별해진 풍경
정영돈 개인전 ‘의아한 산책’

정영돈 작가의 작업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일상적 경험에서 자세히 주시하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낯선 모습들에 호기심을 갖고 우연히 마주한 사물과 풍경, 인물을 탐구한다. 사진을 전공한 그는 익숙한 풍경이 어느 한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는 시점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첫 개인전 ‘환기; 환기’(2014)는 고층 아파트 옥상에서 바라본 인간의 움직임을 담은 ‘개미’(2013~2014) 시리즈를 선보였다.

▲정영돈, ‘의아한 산책 - 고드름’. 피그먼트 프린트, 150 x 188cm. 2011~2015. 사진 = 송은아트큐브

이번 전시는 다양한 사물 및 인물을 찍은 ‘의아한 산책’(2011~2015) 시리즈를 통해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과 변화를 조명한다. 사진에 등장하는 도시 풍경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다. 추운 날씨에 발견한 고드름, 등교 중인 학생들, 갈림길을 비추는 거리의 반사경, 콘크리트 틈새 잡초를 감싼 철물 등 한 번쯤 지나쳤을 법한 익숙한 풍경이다. 작가가 거주지 파주 인근에서 지난 5년간 관찰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너무 별다를 것 없이 평범하고 익숙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이런 풍경에 호기심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순간, 풍경은 전혀 색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물과 인물 등 다양한 매개체를 만나는 ‘의아한 산책’을 통해 이들의 관계와 시간의 흐름을 유추해 나간다. 

익숙한 풍경을 특별한 풍경으로 만드는 건 작가의 작업 방식이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뒤 인물의 모습을 촬영한다. 이후 집 주변 지도를 그려 보낼 것을 요청해 이들에게서 받은 지도를 함께 선보임으로써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역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풍경이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지닌다는 점에 주목해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고자 했다. 그리고 자신이 오랫동안 살아온 익숙한 장소를 깊이 관찰하고, 그간 인지 못했던 새 양상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정영돈, ‘의아한 산책 - 잡초’. 피그먼트 프린트, 150 x 120cm. 2011~2015. 사진 = 송은아트큐브

그 과정엔 또 새로운 호기심이 끼어든다. 개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울타리 앞에 상기된 표정으로 서 있는 학생들, 갈림길에 선 채 프로골퍼를 꿈꾸는 학생, 거대한 나무에 기대 앉아 있는 버스기사 등 인물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사진 속 배경은 그들의 상황과 심경을 예측하도록 유도한다. 이 해석 또한 작품을 보는 이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달라지면서 또 새로운 이야기와 풍경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작업 노트에서 “우리는 삶에 대해 매우 익숙한 믿음에 의존하면서도 낯선 풍경에 당황한다. 그런 풍경들은 공허하면서도 어느 순간 우리에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송은아트큐브에서 1월 26일~3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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