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술] 큐레이션 기대되는 해외 전시 4선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연수 기자) 해가 바뀌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대형 미술관 및 갤러리들도 연간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의 연간 전시 기획은 각각의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한 해 미술 트렌드를 읽어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다양성과 소통 그리고 미술 인구의 저변확대가 핵심 쟁점인 현재의 세계 미술계에서 전시의 ‘큐레이션’은 미술을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미술 전시에서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큐레이션을 선보이는 해외 전시 사례들이, 특히 획기적이고 재기 발랄한 기획전 형태로 눈에 띈다.
주요 미술관들의 연간 전시 계획이 발표되자 각국의, 특히 유럽과 미국의 언론들은 주목할 만한 전시들을 꼽기 시작했다. 언론들이 주목하는, 그리고 색다른 큐레이션이 기대되는 2016년의 주요 해외 전시를 모아봤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 플랫 콜렉션’
쇼하쿠, 로산진에서 안젤름 키퍼까지
일본 요코하마 미술관은 1월 30일~4월 3일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 플랫 콜렉션’전을 연다. 무라카미 다카시는 현대미술과 일본의 전통회화, 상위문화와 대중문화, 동양과 서양을 세련되게 융합시킨 작품을 선보이며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는 작가로서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는 동시에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또는 프로듀서로서의 활동도 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콜렉터로서 통찰력 있는 시각과 독특한 미적 감각으로 일본 안팎에서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무라카미 다카시가 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수집한 컬렉션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전시다. 오래된 일본과 아시아의 공예품, 유럽의 골동품, 현대의 도자기와 민속 공예품들을 선보인다.
▲‘수퍼 플랫’전에 무라카미 다카시가 선보이는 소장품들. 사진 = 요쿄하마 미술관, 히라오 켄타로우
무라카미에게 ‘수퍼 플랫’은 그가 일본 미술의 정체성으로 바라본 평면성과 장식성 같은 개념일 뿐 아니라 예술의 다른 장르 사이에 생기는 계층의 개념을 거부하고 기존의 정의된 경계로부터 해방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그가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커다란 질문과 다각도로 힘겨루기를 하며 활동해온 삶을 관통하는 역동적이고 확장된 개념이다.
미술관 측은 이번 무라카미 컬렉션 전시에 대해 “다양한 수집품의 압도적인 양과 함께 작가의 미감을 통해 예술과 욕망의 본질, 그리고 가치를 창조하는 구조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르셀 브로타에스: 회고전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벨기에 출신의 개념미술 작가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1924~1976)의 회고전을 프린트 앤드 일러스트레이티드 북스 협회의 선임 큐레이터 크리스토프 크릭스(Christophe Cherix)의 지휘 아래 2월 24일~5월 15일 개최한다.
마르셀 브로타에스는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40세부터 시각 예술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 뒤 12년 간의 활동 기간 동안 시적인 특성과 유머가 체계적인 개념 아래 적절히 조화를 유지한 작업을 선보였다. 시부터 조각, 그림, 프린트메이킹 그리고 영상까지 매체의 경계를 가로질러 언어에 물질성을 주는 방법을 연구했다.
▲마르셀 브로타에스, ‘흰 캐비닛과 흰 테이블’. 색칠된 캐비닛, 테이블, 계란 껍질, 캐비닛86 x 82 x 62cm, 테이블 104 x 100 x 40cm. 1965. 사진 = MoMA
그가 생의 마지막 해에 선보인 ‘décors’라는 혼합매체 설치작업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작업이자, 그의 작업이 회고될 때마다 단골로 불려 다닌다. 야자수와 조개 같은 ‘발견된 오브제’를 주로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선 언어와 시각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말장난, 그리고 미술 시장이 거대해지기 전에 미술의 상업화에 대해 가진 그의 혜안을 엿볼 수 있다.
브로타에스의 첫 회고전인 이번 전시는, 그가 겪은 삶의 다채로운 행보가 돋보이는 주요 작업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모은 결과다. 짧은 작업 기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예술가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들이기도 하다.
프라다 파운데이션 - ‘도난당한 이미지’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예술가인 토마스 디맨드(Thomas Demand)는 밀라노의 프라다 재단에서 ‘L’Image Volée(도난당한 이미지)’전의 큐레이션을 담당한다.
3월 17일~8월 28일 개최되는 이 전시는 ‘모든 예술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이뤄놓은 업적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다. 전시를 위해 수집된 작품들은 ‘예술은 참고적’이라는 생각을 중심으로 모은 것이다.
▲존 발데사리, ‘도난당한 이미지’전을 위한 포스터 이미지. 사진 = 프라다 재단
조각가 맨프레드 퍼니스(Manfred Pernice)가 설치한 특별 전시장에서 펼쳐지는 전시에서 존 발데사리(John Baldessari), 올리버 래릭(Oliver Laric), 사라 크위너(Sara Cwynar) 등 초청 작가 45명이 1820년부터 현재까지 실현된 80여 개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토마스 디맨드의 큐레이션은 원작자와 절도(모방)에 대한 개념, 그리고 그런 것들을 추구했을 때의 창조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독창적인 것과 모방 문화 사이에서 제기되는 문제, 그리고 예술가가 그들의 것을 어떻게 존재·형상화해 주목 받는지에 대한 탐구가 전시 작품들을 통해 제시된다.
마누스 x 마키나 -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는 부속 의상연구소(The Costume Institute)가 5월 5일~8월 14일 ‘마누스 x 마키나 - 테크놀로지 시대의 패션’전을 연다.
1880년대의 워쓰 가운(Worth gown)부터 2015년의 샤넬 슈트까지 100점 이상의 의복을 선보일 이번 전시는, 19세기의 맞춤복 등장, 그리고 산업화와 대량생산으로부터 출현한 수공과 기계라는 구분 개념 또한 살펴본다.
▲이리스 반 헤르펜, ‘드레스’. 실리콘으로 만든 깃털, 면 소재의 새머리 형태의 틀. 2013~14년 추동복 컬렉션. 사진 =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장 밥티스트 몬디노
이 전시는 새로운 기술이 패션에 미친 영향, 그리고 기계와 손을 사용한 작업의 조화 가능성을 맞춤복(haute couture)과 기성복(ready to wear)의 창작 과정을 통해 제시한다. 미술관 측은 “자주 대립적으로 제시되는 개념으로서 손(Manus)과 기계(Machina)가 이 전시에서 동일 선상의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창작 과정에서 손과 기계가 불협화음의 도구로 제공되는 이분법적인 개념, 그리고 고급패션과 기성복이라는 뿌리 깊은 구분을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수 기자 hohma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