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김금영 기자) 마케팅 전쟁이 치열한 시대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 제품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면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 묻힐 수 있다. 이런지라 기업들의 아트 마케팅(미술을 이용한 마케팅)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작품의 예술적 이미지에 힘입어 제품의 이미지를 동반 상승시키는 마케팅이다. 2016년 신년을 맞아 진행되는 미술작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사례를 살펴본다.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미술 작가로 활동해온 하정우는 호림아트센터에서 1월 22~31일 열린 ‘네스프레소 X 하정우, #왓엘스(WhatElse)’전의 주역으로 참여했다. 일상 속 최고의 순간 및 커피에서 얻은 영감을 그린 작품들의 전시 자리였다.
▲‘네스프레소 X 하정우, #왓엘스(WhatElse)’전에 전시된 자신의 그림 옆에서 포즈를 취한 하정우. 사진 = 연합뉴스
이 컬래버레이션 전시는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가 기획했다. 네스프레소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한국에 알릴 인플루언서(influencer: 영향력 있는 사람)로 하정우를 발탁했다. 스타이자 예술가인 그의 이미지를 활용하겠다는 것. 전시는 네스프레소 인터내셔널 광고의 주인공인 조지 클루니가 외쳤던 대사인 ‘왓 엘스?(What else?: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를 주제로 삼아, 자연스레 제품 홍보가 이뤄지도록 했다.
하정우의 그림은 미술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2010년부터 꾸준히 개인전을 열며 뉴욕과 홍콩 등에서도 전시를 가진 그의 작품은, 예컨대 2015년 3월 뉴욕 전시에 내놓은 작품 16점이 모두 팔렸다. 이번 전시에도 많은 관심이 쏠려 하루 평균 2000여 관객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팝 아티스트 찰스장의 작품은 베이커리 뚜레쥬르에 등장했다. 독특한 선과 강렬한 색감을 활용한 찰스장의 ‘해피아트’ 작품을 적용한 밸런타인·화이트데이 시즌 제품을 2월부터 내놓고 있다. 시기를 맞춰 이뤄진 작가와 기업의 컬래버레이션이다.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는 해피하트의 이미지가 로맨틱한 사랑을 전하는 밸런타인·화이트데이와 잘 어우러진다.
▲뚜레쥬르가 팝 아티스트 찰스 장과 협업해 밸런타인 시즌 상품을 선보였다. 사진 = 뚜레쥬르
찰스장은 “뚜레쥬르 측에서 2015년 말에 컬래버레이션 제안을 해왔다. 그간 면세점 등 다양한 곳과의 협력 작업을 많이 진행해 왔다. 이번엔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베이커리와의 협업이라, 작품을 더 많이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컬래버레이션을 할 때 제품이 앞서고, 작가는 뒤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엔 작가에 대한 이야기도 적극적으로 해줘서 좋았다”며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작품을 보여줄 수 있어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기회가 닿을 때마다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기업들 또한 과거와 비교해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해외 작가에 관심이 많았다가 요즘은 국내 작가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예술에 힘입어 이뤄지는 이미지 상승 효과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과 관련된 제품 출시는 그간 많이 이뤄진 아트 마케팅이다. 아예 이를 작품 측면에서 접근한 사례도 최근 눈에 띈다. 롯데갤러리는 롯데제과와 협업해 이동기 작가의 작품을 초콜릿으로 만들었다. 롯데갤러리에서 열리는 ‘비 마이 러브(Be My Love)’전 관련 협업이다. 롯데갤러리는 2012년부터 매년 2월 사랑을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넣은 포장지의 초콜릿 제품을 선보여 왔는데, 올해는 아예 작품을 초콜릿으로 만들었다.
이미지 활용해 시너지 효과 노려.
해외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
롯데갤러리 측은 “롯데제과가 이동기 작가와 몇 미팅을 갖고 설득한 끝에 컬래버레이션이 이뤄졌다. 롯데제과는 미술 이미지를 사용한 적이 없었고, 이동기 작가도 평면 작업 위주여서 입체 작업은 생소했다. 첫 시작은 어려웠지만, 작가의 대표 작품인 아토마우스를 입체 이미지, 그것도 초콜릿으로 구현해 대중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뽀로로 등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를 이용해 만들었다면 더 많이 팔렸겠지만, 아트 마케팅 차원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이런 시도가 성공적이어야 미술 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동기 작가는 자신의 대표 작품 이미지인 ‘아토마우스’를 초콜릿으로 구현하는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이동기 작가는 “그간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을 많이 해온 작가라고 스스로 여겼는데, 이번 제안은 유독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토마우스 이미지를 입체로 만들고, 또 그걸 단순 제품이 아닌 작품 차원에서 접근하는 점이 흥미로웠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식으로 찍어낸 게 아니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했기에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도 재미있는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과의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하다. 안경과 치아교정기를 한 채 웃고 있는 소녀 ‘실드 스마일(Sealed Smile)’ 시리즈로 유명한 김지희 작가는 홍콩 디파크 쇼핑몰과 신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2016년 춘절에 맞춰 김 작가의 작품 이미지로 쇼핑몰 디스플레이, 기념품 제작, 작품 이미지 전시 등 다양한 이벤트 형태가 이뤄지고 있다.
▲김지희 작가는 홍콩 디파크 쇼핑몰과 신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김지희 작가는 국내에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펼쳐왔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 대한적십자, 소녀시대 의상 컬래버레이션 등 갤러리를 넘어 여러 분야에서 고객을 만나왔다. 그는 “홍콩으로부터 2015년 7월쯤 제안을 받았다. 여러 전시와 컬래버레이션 자료를 인터넷에서 봐왔다고 하더라. 6개월 간 메일로 의견 교환 및 스케치를 하며 준비했다. 중국 신년을 기념하는 컬래버레이션이라 가족적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쇼핑몰의 첫 해외 작가 컬래버레이션이라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쇼핑몰 방문 가족들이 작품 이미지가 새겨진 바람개비 등을 갖고 놀며 신년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고 들었다. 내 작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좋은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해 기뻤고, 또 쇼핑몰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