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전시] 자투리가 용기백배하니 예술이 짠!
▲조병철, ‘리듬(Rhythm)’. 2012. 사진 =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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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쓰레기? 아니죠~! 예술작품? 맞습니다!”
쓰레기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쓸모없는, 가치 없는 존재이자, 환경오염의 근원으로만 취급받던 쓰레기들이 예술 작품의 새로운 오브제로 발돋움 하고 있다. 일반 재활용이 리사이클(recycle)이라면,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업사이클(upcycle)이란 신조어로 부른다. 예술을 만드는 업사이클에 주목한 두 전시가 있다.
패션 중심지인 동대문 한가운데에서 자투리 천들이 화려한 변신을 했다. ‘동대문 자투리’전 현장이다. 버려지는 천을 활용한 가치 향상, 그리고 기능성이 있는 작품의 탄생을 콘셉트로 정했다. 버려지기 직전의 자투리 천들이 “난 자투리가 아니라 주인공이야~!” 하며 나선 모양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패션의 본바닥인 동대문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서울시 자원순환과에 따르면 전국 봉제공장의 55%가 서울에 밀집해 있고, 그 중 약 30%가 종로, 중구, 동대문에 있다. 봉제공장에서 나오는 자투리 원단은 재활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어려움 등으로 폐기물로 분류돼 대부분 소각 또는 매립된다. 전시는 자투리 천이 지닌 가능성에 주목한다.
주최측은 전시 목적인 ‘업사이클 디자인 제품의 소비 가치 확산’에 중점을 두고 참여 디자이너와 그룹을 선정했다. 제일기획 마스터 출신의 안해익과 아내 유미현 디자이너를 비롯해, 동식물의 하이브리드 캐릭터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이푸로니, 패브리커의 듀오 디자이너 김동규·김성조, 에코 디자이너 이젠니 등이 참여한다. 이들은 동대문 일대에서 발생되는 자투리 천으로 총 41개의 업사이클 작품을 만들었다. 각자 활동하는 작품 영역에서 ‘동대문’과 ‘자투리’라는 주제를 녹여냈다.
▲이젠니, ‘포켓 타임리스(Pocket Timeless)’. 청재킷에서 나온 포켓, 19 x 14 x 7cm. 사진 = 서울디자인재단
안해익과 아내 유미현 디자이너는 창신동, 동대문시장 일대에서 버려지는 실패의 실들을 모아 섬유 공예물을 만든다. 다양한 색의 실들을 풀어 자유롭게 적층 시키고, 이를 압착 박음질로 마무리한 ‘러그(Rug)’와 블라인드 효과가 있는 장식용 파티션을 선보인다.
2010, 2014 부산비엔날레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룩 그래픽 모티브’ 개발에 참여하는 이푸로니는, 멀리서 바라보면 작은 아이콘들이 거대한 패턴으로 변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패브리커, ‘확산(Diffusion)’. 목재 합판의 자투리, 100 x 100 x 100cm. 사진 = 서울디자인재단
버려진 데님을 활용한 가방, 소품을 주로 선보여온 패션 디자이너 이젠니는 ‘포켓 타임리스’ ‘비욘드 리커버리’를 전시한다. ‘포켓 타임리스’는 거친 파도에 부서지는 물거품이 새로운 물거품으로 재탄생되는 자연의 회복력을 표현한다. 그리고 ‘비욘드 리커버리’는 청바지와 청바지가 되지 못한 데님 원단을 모아 새로운 조화를 표현한다.
패브리커의 듀오 디자이너 김동규·김성조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창신동 장난감 골목에서 매일 버려지는 수많은 박스를 이용해 또 다른 장난감인 ‘확산 - 자투리(Diffusion - Remnant)’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자들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게 특징이다.
▲안해익·유미현, ‘러그(Rug) 1’. 봉제공장 폐기 부자재, 160 x 230 x 1cm. 사진 = 서울디자인재단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현대사회의 빠른 소비문화 탓에 생산, 유통,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은 지구를 오염시킬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이번 전시는 동대문 일대 자투리 천들이 보여주는 이유 있는 변신”이라며 “친환경적이며 기능성과 가치를 가진 창의적인 업사이클 디자인 전시를 통해 지구 환경 보전에 대한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되새기길 바란다. 업사이클에 대한 인식 전환과 업사이클 디자인 제품의 소비문화 확산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DDP 둘레길 쉼터에서 5월 8일까지.
용기(容器)들이 용기(勇氣)를 내니 새로운 예술작품이 된다. ‘용기백배’전은 ‘용기에 색을 입히다’를 주요 콘셉트로 진행된다. 버려지는 폐품 용기들을 업사이클한 설치, 디자인, 공예 예술 작품 40여 점을 선보인다.
▲정의지, ‘재생 - 호랑이(Regenesis - Tiger)’. 사진 =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유리병과 페트병을 변형-배치해 아름다운 이미지를 추구한 김지원·김경란 작가의 작품, 유리병과 페트병을 새로운 기능의 제품으로 재탄생 시킨 양영완 작가의 디자인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다양한 오브제를 변형시켜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정의지·이송준·정찬우 작가의 대형 설치 작품과, 조병철 작가의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움직이는 예술) 등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정의지 작가의 ‘재생 - 호랑이(Regenesis - Tiger)’가 눈길을 끈다. 버려진 양은냄비와 스테인리스 그릇을 6개월 이상 두드리고 접어서 탄생시킨 호랑이 오브제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용기가 아름답다’ 섹션은 모양과 용도를 미학적인 관점으로 변형시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전시한다. 두 번째 섹션 ‘용기를 부탁해’는 생활 속 용기의 가치와 쓰임새에 주목한다. 재사용이 가능해진 용기의 기능적 요소를 부각시킨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용기 있게 지키다’는 오브제의 변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작업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김경란, ‘이상한 뜰’. 사진 =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전시 개막식에 참석한 양기대 광명시장은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독립적인 업사이클 전문 공간으로 발전해 의미 있고 좋은 전시를 열어 자랑스럽다. 업사이클 산업과 작가들의 작품 활동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관련 사업에 많은 격려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2015년 6월 12일 업사이클을 특화한 문화 예술 공간을 목적으로 개관했다. 3월부터는 업사이클 전시와 연계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4월 24일까지.
김금영 기자 geum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