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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 봄 전시 3제] 얼어붙은 땅에도 오고야마는 찬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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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4호 김금영 기자⁄ 2016.03.14 11:05:19

▲최봉림, ‘2’. 잉크젯 프린트, 30 x 45cm. 2014. 사진 = 갤러리 룩스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봄봄봄봄~봄이 왔어요~.” 계속되는 꽃샘추위를 뚫고 언뜻언뜻 얼굴을 비추는 봄의 기운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기다리고 있다고, 어서 오라고 봄을 재촉하는 듯 설렘이 가득하다.


봄을 대표하는 꽃을 전시장에
장은선 갤러리 ‘봄의 전령 - 매화’전

김기택 작가는 봄의 향기를 가득 담은 매화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봄의 전령 - 매화’전에서 아침이슬을 머금은 탐스러운 매화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찬란한 봄의 색감을 살려, 매화를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작업의 주된 소재인 매화는 맑고 푸른 하늘과 함께 절정에 달한 듯 봄의 생명 에너지를 마음껏 꽃피운다. 마치 수줍게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소녀처럼, 수줍음과 설렘이 가득하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얼굴을 살짝 내미는 봄의 기운이 매화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가운데 매화를 중심으로,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봄나들이 장면이 함께 화면에 담긴다. 매화 사진을 찍거나, 자전거를 타고 매화 주위를 맴도는 식이다. 바로 봄을 불러오는 매화와 함께 일어나는 모든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 매화에 맺힌 이슬은 봄비를 표현하고, 주변의 사람들은 봄이 왔을 때의 즐거움, 꽃 축제 등을 연상시킨다. 이 모든 풍경을 캔버스 하나에 집약적으로 표현했다.

▲김기택, ‘매화’. 캔버스에 오일, 60.6 x 72.7cm. 2015. 사진 = 장은선 갤러리

작가는 매화에서 받은 감동을 전하기 위해 작업을 시작했음을 알린다. 작가노트에서 “가끔 아침에 햇살이 좋은날 카메라를 들고 소재를 찾아 나선다”고 고백한다. 그는 “오래 살피다 보면 하찮은 것이라 하더라도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런 사소한 것,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줄곧 해왔다”며 “그러던 중 아주 작은 매화꽃이 내 눈에 들어왔다. 봄이면 매화꽃을 찾아 많은 매화나무를 찾아다녔다. 어느 이른 아침엔 매화꽃잎에 맺힌 영롱한 아침이슬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기택, ‘락(樂)’. 캔버스에 오일, 130.3 x 193.9cm. 2014. 사진 = 장은선 갤러리

어 “자연의 소재는 아름다움의 발견이다. 강가의 돌멩이 하나에서 자연의 깊이와 매력을 느끼고, 들판 사소한 풀 한포기, 나뭇가지 하나에도 자연의 이치가 있고 도가 깃들어 있듯이 동양적 정서를 내 작품에 드러낸다. 매화가 피기 시작해 질 때까지는 짧은 기간이지만, 이 기간 중에서 가장 싱그럽고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매화 꽃잎의 아침이슬 또한 생성과 소멸의 과정에서 아름다운 찰나의 순간이 있다. 내가 보여주려는 것은 이런 아름다움의 순간, 그리고 왕성한 생명력의 화려한 표현”이라고 밝혔다.

장은선 갤러리 측은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 이치, 그리고 도가 깃든 동양적 정신을 서양적 기법과 절묘하게 접목시켜 현대적 감각의 표현을 보여준다. 정교하고 노련한 손맛의 필치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극사실회화의 진수를 보여준다”며 “이번엔 그것을 넘어 그동안 사소한 의미로 가치전락돼 누구도 집중하지 않았던 매화꽃 자체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환희와 미소가 한가득 피어오르는, 봄의 전령 매화를 통해 행복감이 가득한 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장은선 갤러리에서 3월 22일까지.


컬러풀한 작품으로 봄 부르는 세 작가
슈페리어 갤러리 ‘봄을 그리다’전

이수동, 금동원, 김경민 작가가 모여서 함께 봄을 부른다. ‘봄을 그리다’전에서 다채로운 색을 지닌 작품들을 통해 봄에게 살며시 이야기를 건넨다. 

이수동은 ‘봄. 봄. 봄’ ‘봄이 오는 소리’ ‘장미를 심다’ 근작을 선보인다. 슈페리어 갤러리는 “작가는 우리의 사랑이 뿜어내는 아름다운과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봄의 전령사와 같다”고 소개했다. 봄바람을 타고 전해오는 사랑처럼, 그림을 보는 누구나 기분 좋아지지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꽃인지 보석인지, 열매인지 모를, 그가 그린 나무 속 이미지로 전달된다. 그리고 이 나무와 함께 사람이 존재한다. 핑크빛, 때로는 새싹이 지닌 푸름이 가득한 화면 속 봄을 마음껏 느끼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더욱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수동, ‘봄이 오는 소리’. 40.9 x 31.8cm. 2015. 사진 = 슈페리어 갤러리

금동원은 화려한 봄날의 색채를 화면에 담는다. 찬란하게 눈부신 봄이 품은 다양한 색채들을 그대로 그림으로 기억해낸다. 추운 겨울을 밀어내고 따뜻한 봄이 오듯이, 그의 그림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기도, 또 편안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만물이 깨어나고 자연이 낼 수 있는 최고의 빛을 발하는 햇살에 괜히 설레는 것처럼, 아름다운 색채의 유혹은 작가가 기억하는 봄을 새로운 시각적 형상으로 재창조한다.

김경민은 봄이 주는 행복의 이미지에 집중한다. 소소한 일상이 때로는 감동으로 전해져 가슴에 와닿을 때가 있다. 그는 늘 오는 봄이지만, 그 봄이 시작과 설렘의 의미를 담고 있기에 더없이 소중한 것처럼, 매일 마주하는 개인의 일상에서 비롯된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을 구상한다. “모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작가의 조각은 관람객에게 매 순간 지나가는 일상 속 행복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따뜻함과 치유의 마법을 선물한다.

▲금동원, ‘아름다움의 시원 - 나무 이야기’. 캔버스에 아크릴릭, 45.5 x 53cm. 2004. 사진 = 슈페리어 갤러리

▲김경민, ‘좋은 하루(Good Day)!’. 브론즈에 아크릴릭, 27 x 90 x 73cm. 2015. 사진 = 슈페리어 갤러리

슈페리어 갤러리 측은 “봄은 설레는 계절이다. 따뜻한 바람과 함께 새로운 시작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런 봄을 맞이하는 자리”라며 “이수동의 사랑스러운 작품과, 금동원의 컬러풀한 꽃과 자연을 담은 작품, 김경민의 일상을 표현한 조각 작품들로 행복이 가득한 봄의 모습을 담았다. 작품들은 일상 속 행복의 가치를 일깨워주고, 봄의 따뜻함을 전달한다. 그림이 된 봄을 보고 봄날의 행복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4월 30일까지.


봄기운 물씬 사진과 음악의 만남
갤러리 룩스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전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단순한 봄은 아닐 것 같다. 사진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 그리고 작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최봉림의 네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는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풍경 사진, 그것들의 시간적 내러티브와 존 케이지의 음악으로 구성된다. 전시명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의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 1993)’의 북 Ⅲ, 챕터 4에 나오는 문구 “열여덟 아름다운 미망인의 봄”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가 이 문구를 알게 된 것은, 존 케이지가 이 문구를 제목으로, 그리고 그 주변 문장들을 가사로 삼아 작곡한 ‘목소리와 피아노 건반덮개를 위한 노래’(1942)를 통해서다. 두 작품에서 느낀 봄의 이상을 작가만의 표현 방식으로 이번 전시에 담았다.

▲최봉림, ‘1’. 잉크젯 프린트, 30 x 45cm. 2003. 사진 = 갤러리 룩스

사실 봄은 매년 3월이 되면 어김없이 되돌아오는 계절이기에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작가 역시 그랬다. 그런데 “쉰 살이 지나가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그에게 겨울 끝 돋아나는 새싹이 신비로웠고, 메마른 가지에서 피어오르는 봄꽃은 경이로웠다. “죽음의 겨울을 이겨낸 식물의 삶이 대견스럽고 대단해보였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정말 봄을 경험하는 것인지 질문을 던지며, 봄을 체감시켜준다.

작가는 대형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봄기운을 따라 이 산, 저 산을 오르내렸다. 몇 년 동안 4~5월이면 봄을 만난다는 설렘에 먼 길도, 힘든 산행도 두렵지 않았다. 움터오는 푸른빛의 새싹과 꽃의 풍경을 보여준다. 너무 빨리 걸음을 재촉해서 봄이 채 찾아오기도 전, 속살을 살짝 드러낸 풍경 또한 마주했다. 한편 봄의 기운이 무색하리만큼 초여름의 풍경도 함께 보여준다.

▲최봉림, ‘0’. 잉크젯 프린트, 98.6 x 131.3cm. 2012. 사진 = 갤러리 룩스

작가는 봄이 특별하게 다가오게 된 이유를 ‘지나가 버린 세월’에서 찾는다. 그에게 봄은 계절이면서 또한 지나가버린 푸르른 젊은 날에 대한 그리움을 상기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노트에서 “무미건조한 일상과 닳아빠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봄날의 화사함을 욕망하고 있었다. 겨울의 움츠린 삶을 떨쳐버리고, 새 봄의 새 삶을 살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찬란했던 봄꽃 또한 지기 마련이다. 봄꽃이 진 자리에 푸른 이파리가 자리를 채우고, 또 이 이파리 또한 지고 눈으로 뒤덮인다. 언제나 그렇듯 희망은 좌절됐다가 다시 떠오르곤 한다. 작가는 “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다시 황무지에서 새로운 삶의 열망을 잃어버리고 환희를 꿈꾸지 못하는 삶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덧붙여 말한다. 그러나 성실하고, 아름답게 봄의 기운과 풍경을 찾아 나선 그의 사진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봄을 기억한다. 전시장 공간에 반복해서 울리는 존 케이지의 음악 소리와 함께 작가가 찾아온 봄의 이미지는 잔상처럼 남겨지다가 새싹의 푸름처럼 다시 진해져 온다. 전시는 갤러리 룩스에서 3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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