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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이원희 vs 장이규] 무궁한 색으로 풀어내는 풍경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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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4호 김금영 기자⁄ 2016.03.17 08:56:29

▲이원희, ‘설악 1501’. 캔버스에 오일, 90 x 170cm. 2015. 사진 = 노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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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금영 기자) 풍경화. 과거부터 현재까지 미술 수업 시간, 사생 대회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레퍼토리다. 그만큼 친숙하지만, 그래서 더 이상 특별할 것 없다는 선입견이 함께 자리하기도 한다. 또 풍경을 담을 수 있는 매체로 그림이 아닌 사진이 일상화되면서, 풍경화는 점점 그 가치가 낮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수요가 있고, 또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것이 풍경화다. 또 사진은 모든 풍경을 사실적으로 자세하게 포착하지만, 섬세한 붓질을 통해서만 탄생되는 풍경화의 오묘한 매력이 있다. 이 풍경화의 대가 두 명이 한 전시에서 만났다. 노화랑에서 3월 25일까지 열리는 ‘한국 자연의 멋 - 이원희 대 장이규’전 현장이다. 

같은 계명대 회화과를 나와 모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두 작가가 보여주는 풍경은 비슷할 것 같지만 사뭇 다르다. 이원희는 갈색과 회색 톤이 중심을 이룬 설경(雪景)을 1층 전시장, 장이규는 녹색을 중심으로 한 푸르른 풍경을 2층 전시장에 펼쳐 놓았다. 다가오는 봄의 언저리에서 정작 봄은 건너뛴 채 겨울, 그리고 여름이 펼쳐진 흥미로운 광경이다. 이원희는 설경에서 받은 감동을 전하고자 했고, 장이규는 꾸준히 이어온 녹색에 관한 연구를 보여주려 한다.

▲장이규, ‘소나무가 있는 풍경 5’. 캔버스에 오일, 60 x 60cm. 2016. 사진 = 노화랑

‘소나무 작가’로 널리 알려진 장이규의 작품은 다가오는 여름에 대한 설렘을 미리 전한다. 장이규는 “우리 둘이 작업을 하던 초창기 시절엔 구별못할 정도로 풍경화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자 차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나는 녹색 연구, 이원희는 갈색을 중심으로 한 풍경화에 몰두했다. 녹색은 단순한 것 같지만 사용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색이다. 자칫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다. 반대로는 또 무한한 색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색이다. 내게는 모든 녹색이 다르게 보인다. 여름 풍경을 중심으로 녹색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촌스러웠던 녹색 커튼은 스칼렛에 의해 아름다운 녹색 드레스로 재탄생했다. 이처럼 녹색이 보여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작가는 풍경화를 통해 포착해 보여주고 있다. “옛날 화랑은 녹색이 만연한 여름 그림보다는 잘 팔리는 꽃이 만연한 풍경화를 원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그래도 꾸준히 녹색에 대한 뚝심을 잃지 않았고, 이 녹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소나무를 그림으로써 지금은 대표 소나무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장이규 작가는 녹색 연구의 결정체를 풍경화로 풀어냈다. 그가 그린 그림엔 녹색의 푸르름을 간직한 소나무가 눈에 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1층 전시장의 이원희 작품은 꽃샘추위가 한창인 현재의 풍경과 가까운 느낌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정말 아름다운 설경이 많다. 특히 우연히 만난 풍경들에서 느낀 감동이 있다.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알프스에도 매년 설경을 보러 가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설경만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감동 또한 매일, 매 시간, 매 분마다 달라진다. 그 감동을 조금이나마 전하고 싶어 이번엔 설경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장이규, ‘소나무가 있는 풍경 1’. 캔버스에 오일, 60 x 60cm. 2016. 사진 = 노화랑

이원희가 그린 설경은 모두 실존하는 장소들이다. 없는 공간을 창조해서 그리는 것에 대해 그는 “못한다”고 단언한다. 또 사진만 보고 그리는 것도 하지 않는다. 직접 그 풍경을 마주했을 때의 감동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발품을 팔며 직접 풍경을 보러 다닌다. 설악선은 1년에 10번도 넘게 왔다 갔다 한다고.

두 작가 모두 풍경화에 꾸준한 애정을 보이고 몰두해왔다. 풍경화만큼의 감동을 주는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장이규는 “최근 열리는 전시나 아트페어를 살펴보니 풍경화는 거의 없고, 디자인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들이 많더라. 유행의 흐름도 있지만, 풍경화라 하면 하늘, 나무, 산 등만 담을 것이라는 진부한 선입견이 있는 까닭”이라고 짚었다. 

▲이원희 작가는 눈이 가득 쌓인 설경(雪景)을 그렸다. 모두 그가 발품을 팔고 다니며 몸으로 마주한 한국의 풍경들로, 그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했다. 사진 = 김금영 기자

그는 “풍경화가 실종되는 느낌이 안타까운 동시에, 고정관념을 탈피한 풍경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전주의는 형태의 정확성을 추구했는데, 이 정확성을 살짝 흩트리면서 더 세련되고 현대적인 콘셉트를 지닌 풍경화를 선보이기 위해 구도와 색채 모두 꾸준히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퇴보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하는 풍경화를 선보여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소나무의 녹색 탐구하는 장이규
설경의 회색-갈색 추구하는 이원희

이원희는 박근혜 대통령, 고 김영삼 대통령, 유명 연예인 등의 초상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풍경화로도 알려졌고, 또 꾸준히 이 작업을 놓지 않는다. 그는 “풍경이 그림 같다는 말이 있다. 풍경과 그림은 매우 밀착된 존재다. 하지만 현대 미술사조에 밀려 별로 가치 없는 것처럼 천시 당하는 분위기도 있다. 우리가 과거 그림을 그릴 때와 소재 선택 자체도 많이 달라졌다. 그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유행의 흐름이 있다. 과거 거들떠보지 않던 단색화가 현재는 미술계의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떠오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풍경화가 지닌 감동과 의미 자체는 대단하다. 이건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설악 1603’. 캔버스에 오일, 45.5 x 65cm. 2016. 사진 = 노화랑

그는 이어 “풍경화를 그릴 때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진경산수화의 중심에 있던 겸재 정선이 오늘날 살아있다면 그림을 어떻게 그렸을까’ 하는 질문이다. 정선은 평생 전국 각지의 뛰어난 경치를 찾아다니며 풍경을 그렸다. 그 맥을 현재에 이어보자는, 되살리자는 생각으로 꾸준히 풍경화를 그렸다. 수묵 느낌이 나게 하려고도 노력했다. 설경의 경우 단색조에 가깝다. 단색 안에 절제된 뉘앙스들이 숨어 있다. 이처럼 보면 볼수록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게 풍경화”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같은 풍경화 주제이지만, 두 작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히 이 작업을 미래 진행형으로 이어나갈 예정이다. 장이규는 “지난 전시와는 또 다른 녹색을 보여주기 위해 녹색에 회색조로 완충 작용을 했다. 앞으로도 녹색으로 화면을 채워나가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원희는 “당분간은 설경 시리즈를 계속하며 풍경화를 그릴 것 같다. 그 매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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