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북] 니콜레 체프터 ‘동물원이 된 미술관 - 우리는 왜 미술 앞에서 구경꾼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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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연수 기자) ‘동물원이 된 미술관(Kunst Hassen)’은 미술잡지의 편집장인 저자가 현대 미술계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독일 미술잡지 ‘네온(Neon)’과 ‘니도(Nido)’의 편집장인 저자 니콜레 체프터(Nicole Zepter)는 투자 상품이 돼 버린 미술 작품을 매매하는 데 혈안이 된 갤러리와 수집가, 건물 외관과 방문객 수에 가치를 두고 관람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미술관, 시대의 반영과 비판 정신이 사라지고, 흐름에 순응해가는 미술가와 비평가, 자신의 무지를 숨기려고 하는 관람객의 모습 등이 현재 미술계의 모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 책에서 이런 현재의 미술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한편, ‘미술을 사랑한다면, 미술을 증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 증오는 이유를 필요로 하고, 이유는 또 다른 논쟁을 일으키는 씨앗이 된다. 그리고 숨김없는 논쟁을 통해 미술과 관람객은 서로를 깨우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칭찬을 멈추고 반대 의견을 내는 것. 이것이 바로 회의적인 비판에 머물지 않고 미술에 강한 애정을 가진 저자의 ‘미술 증오’ 정신이다.
‘1장, 미술로 돈벌이를 해왔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2장,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하지 않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3장, 미술은 위계질서로 이루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4장, 미술은 천재와 광기를 믿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5장, 미술은 금기이기 때문에, 미술을 증오한다’
이 책을 구성하는 5개의 장은 저자가 미술을 증오하는 이유를 제시함으로서 미술계가 고질적으로 지닌 자본, 교육, 시대정신의 상실, 권력, 겉치레 같은 관람 태도 등의 문제점을 끄집어 낸다.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 태도’ 같은, 하나의 집단에 포섭되지 않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저자는 이런 태도가 고고하게 느껴지는 미술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위계질서의 틀 안에 머무르려 하는 오늘날의 미술계를 향해 강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한다.
니콜레 체프터 지음, 오공훈 옮김 / 1만 2000원 / 자음과모음 펴냄 / 208쪽
김연수 기자 hohma0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