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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어렵다는 미디어아트에 다가가는 ‘미디어시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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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6호 김연수 기자⁄ 2016.03.31 08:59:43

▲에두아르도 나바로, ‘Horses Don’t Lie(말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시간 기반 퍼포먼스, 알렉 옥센포드(Alec Oxenford) 개인 소장. 2013. 사진 = Indicefoto(인다이스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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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김연수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은 올 가을(9월 1일~11월 20일)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 서울’ 2016」 행사를 앞두고 지난 3월8일 전시제목과 주제 및 참여 작가를 1차로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를 반년 앞두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장 이날 “행사의 규모가 예년에 비해 크게 확장될 것”을 예고했다. 미술관 측은 이와 더불어, 젊은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공식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개하는 등 행사 준비 과정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미디어시티 서울’은 2000년 첫 개막 이후 올해 9회째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기획이 대중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논란 역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논란을 위한 논란일 수도 있지만, 미디어 아트라는 예술 장르 자체가 난해한 이미지 탓에 대중과의 거리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은 무시 못 할 사실이기도 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례적인 ‘반년 앞선’ 발표는, 일부 집단만이 공유한다는 비판도 듣던 행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지로도 비춰진다. 미디어 아트와 대중성 사이의 간극을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일까?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 인간 그리워하는 외계인 언어

▲2016 ‘미디어시티 서울’의 예술감독 백지숙.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올해 행사의 지휘를 맡은 백지숙 예술 감독은 전시 제목이 ‘네리리 키르르 하라라(NERIRI KIRURU HARARA)’라고 발표했다. 이 제목은 다니카와 타로의 시 ‘이십억 광년의 고독’에서 발췌한 화성인의 언어, 말 그대로 ‘외계어’다. 이 시는 ‘지구에 사는 인류는 때로 화성에 친구를 가지고 싶어 하고, 화성인도 지구에 친구를 가지고 싶어 한다. 우주가 팽창됨에 따라 모두가 불안해지고 따라서 더욱 서로를 원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더욱 고독해지고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인간적인 것을 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백 감독은 이 제목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언어 또는 미지의 것으로 남아 있는 과거·현재의 언어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알아들을 수 없는 화성인의 언어는 최첨단의 기술을 반영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인류애를 그리워하고 표현하려는 예술가들의 외침 처럼 들리기도 한다. 

소외된 집단의 시선으로 바라본 미래

이번 비엔날레의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젊은 작가와 여성 작가의 참여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작가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50여 작가가 참여해 다양한 매체 및 프로그램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펼쳐낼 예정이다. 백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는 전쟁, 재난, 빈곤 같은 원치 않는 유산을 어떻게 미래를 위한 기대감으로 전환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젊은 작가와 여성, 그리고 아프리카와 중남미의 공통점은 미술계 전반 혹은 서구가 주도하는 철학적 흐름에서 ‘제외돼왔던’ 집단이라는 점이다. 

백 감독은 이런 집단에 대한 주목이, 주제에 대한 다양하고 균형적인 시각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기술에 반대하며 환경-자연을 품은 여성 작가들, 그리고 빈곤과 전쟁, 재난 같은 상황을 경험한 아프리카-남미 작가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미래-우주에 대한 상상력을 보이겠다는 기획이다. 철학의 역사가 서구 백인 남성 위주로 구성돼 왔다고 비판하는 현대 철학의 흐름과 발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차재민, ‘히스테릭스’.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6초. 2014.

▲우슬라 메이어, ‘GONDA’, 16mm HD 전환, 28분, 2012.

기술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 일상생활로 연결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젊은 작가들은 현대 한국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업을 펼친다. 그 한 예로 지난 18일의 1차 발표회에 참여한 작가이자 영화감독 차재민은 신작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협상 과정을 담아 내년, 즉 미래를 예측하는 시대 비판적 영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비엔날레의 ‘대중에게 다가가기’ 성공할까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 하나는 이번 비엔날레의 운영 및 기획에서 관객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된다는 점이다. 우선 운영 측면에서 김홍희 관장은 전례 없이 서소문 본관(중구) 외에도 북서울미술관(노원구), 남서울생활미술관(관악구),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마포구) 등 시내 곳곳의 서울시립미술관 산하 모든 전시관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서울의 다양한 지역성을 반영하고, 시민과의 접점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위탁 운영으로 진행돼 일회성 대규모 이벤트로 끝났던 예전 전시들과는 달리, 지난 전시부터 직영으로 운영해 올해부터는 더욱 안정된 시스템 안에서 전시를 진행할 것”이라고 김 관장은 밝혔다. 

기획 측면에서는 개막 전후 4번에 걸쳐 발행하는 비정기 출판물 ‘그런가요’를 통해 예술인들의 다양한 시각과 이슈의 지속적인 공급을 꾀한다. 작가와 시민이 함께 꾸며가는 여름 캠프도 마련했다.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열리는 작가 함양아의 ‘더 빌리지’는 철학적 사유와 창의적 배움을 위한 임시 학습 공동체다. 또한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최태윤의 ‘불확실한 학교’는 ‘장애와 탈학습’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더 많은 차이와 다른 재능을 포용하는 미술을 접하게 할 예정이다.

이런 시립미술관의 노력은, 미디어 아트의 난해함 때문에 다가서기 어려워했던 대중과, 미디어 아트가 자라온 시간만큼 독창적이 된 고유의 어법을 사용해야만 했던 예술가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려는,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에 충실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피에르 위그, ‘(Untitled) Human Mask’. 필름,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19분. 2014. 작가 및 런던 하우저 & 워스 갤러리 및 파리안나 레나 필름 제공.

3월은 ‘알파고’라는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와 인간 이세돌의 바둑 경기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경기는 이세돌의 패배로 끝났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 인류가 멸망하는 SF영화가 현실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공상부터, ‘구글 주식 사놓길 잘했다’는 현실적인 반응까지 다양한 감상들이 쏟아졌다. 기계 문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심은 한때 상상에 불과하던 것이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알고 있다. 기술은 쓰는 인간의 마음 상태에 따라 그 쓰임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마음이 미래를 바꾼다는 것을. 

미디어아트는 어렵다?

21세기 들어 새로운 예술 장르로 역할하는 미디어 아트는 끊임없이 변화-확장하고 있다. 현 인류의 생활을 지배하는 기술의 최첨단에서 철학과 예술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각종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디어 아트는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예술 형태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상상력은 가장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다양한 시선과 상상력으로 미래에 대한 경고 혹은 희망을 제시한다. 부정적인 시각이 많을지 긍정적인 시각이 많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 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미디어 아트를 보는 열린 시선이다. 이 예술 장르는 첨단의 기술과 철학을 반영하는 만큼 아직 일상화되지 않은 난해한 어법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난해함부터 보지 말고, 작가들의 상상력에 공감하려 노력할 때, 우리의 미래에 대한 판단도 조금 더 현명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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