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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CNB ‘미대 추천’ 이지성 작가, 첫 개인전

갤러리밈 '지금, 눈 앞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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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1-482호 김금영 기자⁄ 2016.04.28 10:07:07

▲이지성 작가. 뒤로 대표 작업인 '남산타운아파트'가 설치돼 있다.(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은 올해 들어 ‘각 미술대학이 추천하는 촉망받는 새 작가’ 시리즈를 이어왔다. 현재까지 9명의 재능 넘치는 작가를 만났다. 서울대 미대가 추천한 이지성 작가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선을 지닌 작업을 보여줘 눈길을 끈 그녀를 오랜만에 학교가 아닌 상업갤러리에서 다시 만났다.


이지성 작가는 갤러리밈이 진행하는 영큐브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작가로 선정돼 ‘지금, 눈 앞에’전을 갤러리밈 3~4층의 1, 2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중이다. 그녀에게 이번 전시는 대학 졸업 뒤 작가로서의 첫 개인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갤러리밈 측은 “젊고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큐브프로젝트를 올해 시작했다. 전시장이 총 네 공간인데, 이 중 두 공간을 약 2~3주 동안 무료로 지원하는 형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젝트 대상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전시를 보러 다니거나 인터넷으로 작가 홈페이지나 포트폴리오 등을 둘러본다. 그 중 CNB저널의 ‘미대 추천 작가’ 시리즈에서 접한 이지성 작가의 작업이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전시 제안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지성 작가의 개인전 '지금, 눈 앞에'가 펼쳐지는 갤러리밈 전시장 일부. 앞쪽에 '비었음 - 건설하려면 클릭'이 전시 중이다.(사진=김금영 기자)

▲'남산타운' 작업은 큰 스티로폼을 이어붙인 작업이다. 실제 남산타운의 하얀 기둥과 동일한 크기로 만들어졌다.(사진=김금영 기자)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흔한 일상 풍경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시도를 한다. 예컨대 서울의 대표 명소인 남산타워도 그녀에겐 색달랐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늘 봐온 풍경이었지만, 자신이 정말로 남산타워를 제대로 보고 있었는지, 혹 놓친 것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눈부시게 하얀 남산타워의 높고 거대한 원기둥을 최대한 실물과 비슷한 크기로 제작했다. 사진을 찍고, 레이저 측정기 등을 사용해 크기를 가늠했고, 스티로폼을 이어 붙였다.


작품을 관람객은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서울사람이라면 평생 봐왔다고(멀리서만) 생각한 남산타워가 실제 크기 그대로의 모습으로 덜컥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그 큰 모습에 놀라고 자신이 본 게 전부가 아니라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면이 있음을 확인한다. 


‘남산타운아파트’도 실측 크기를 적용해 현실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온 결과물이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10동' 글씨를 복사했다. 멀리서 보는 10층 글씨 크기는 딱 적당하지만, 실물크기로 복사된 '10층'을 손으로 닿을 만한 거리에서 보게 되면, 과장이나 꾸밈이 전혀 없는데도 "이게 10동이구나"라고 놀라게 된다. 


이런 작품에는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반영됐다. 전시장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작업은, 전시장 안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실에서 눈 돌리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기


갤러리밈 측은 “치열하게 살아가는 환경, 특히 도심 속 아파트는 살기엔 편리하지만 삭막한 분위기로 거부감을 주는 이미지라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아파트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다가가 똑바로 바라보려고 시도했다. 특정한 관념을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일상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이어가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또 눈에 띄는 대형 작업은 ‘비었음 - 건설하려면 클릭’이다.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각화된 작품이다. 평소 즐겨하는 스마트폰 게임 속 땅의 이미지를 현실에 옮겼다. 스마트폰 속에서는 그래픽으로 잔디 이미지가 나타나지만, 현실로 옮겨오면서 인조잔디를 사용했다. 크기도 스마트폰 속의 축소된 형태가 아니라, 실제 현실 속 푸른 잔디 구장처럼 거대하게 만들어졌다.


▲'마리아나 해구' 작업이 전시장에 설치된 모습.(사진=김금영 기자)

▲청각을 시각화한 시도가 돋보이는 '연주하기' 작업. 작가가 실제 사용했던 악보 앞에 점토를 길게 깔고, 이 점토 위에 연주를 해서 손가락의 흔적을 남겼다.(사진=김금영 기자)

대형 작업만이 작가의 작업 모두는 아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도록 구성됐다. 작가는 시각에 관련된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그 중 청각의 시각화 작업인 ‘연주하기’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피아노를 쳐온 작가가 실제 사용하던 악보를 펼쳐놓고 그 앞에 점토를 길게 깔아놓고 피아노 치듯 연주한 결과다. 점토 위엔 음악의 시간적 흐름이 공간화된 손가락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최대한 현실과 가깝게 시각화를 시도한 ‘마리아나 해구’도 있다. 마리아나 해구 중 가장 깊은 심연은 현재까지도 아무도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작가는 현재까지 나온 마리아나 해구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업했다. 큰 수조에 염료, 모래, 냉각기를 사용해 마리아나 해구의 시각화에 집중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세상을 다시 보는 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도 지금까지 이어 온 작업의 연장선상에 있다. 독특한 점은 그간 남산타워, 아파트 등 높은 곳을 바라봤던 작가의 시선이 이번에는 땅으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세상의 더 많은 부분을 바라보고자 한 작가의 노력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번엔 땅 위 도로에 흔히 깔린 과속방지턱을 작업했다.


작가는 “초보운전으로 조심히 운전하며 다니다가 문득 밟고 다니는 땅, 그 위의 과속방지턱에 관심이 갔다. 실제 규정을 찾아보니 길이는 3.6m, 높이는 10cm 이하로 설치하게 돼 있었다. 실제 집 앞의 과속방지턱을 재보니 저 크기였다. 남산타워 작업도 3.6m에 가까운 크기였는데, 우연치고는 재미있다는 생각에 더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남산타워와 아파트를 제작했던 방식으로 대형 스티로폼을 이어 붙여 만들었다. 그간 작업이 흰색에 가까운 풍경이었다면, 이번엔 과속방지턱의 노란색과 땅의 흔적이 묻어난 색깔까지, 좀 더 다채로워진 모습이다.


▲이지성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과속방지턱'을 선보인다. 실제 과속방지턱의 규정 크기를 알아본 다음 작업으로 옮겼다.(사진=김금영 기자)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은 건 바로 우리 일상과 멀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산타운도 아파트도, 과속방지턱도 모두 먼 나라, 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대상이 아니다. 작가는 늘 평범한 일상 속 소재 발굴에 힘쓴다. 현실 같지 않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 붕 뜬 이야기보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할 수 있는 풍경이 작가가 관객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풍경이 아닐까 싶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지금, 눈 앞에’라고 정해졌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으로부터 눈을 피하지 않겠다는 문구다. 전시는 갤러리밈 1, 2 전시장에서 5월 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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