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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박종필 작가] "생화와 조화에서 발견한 인간 다양성"

박여숙 화랑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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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0호 김금영 기자⁄ 2016.07.01 14:57:31

▲꽃들을 주요 소재로 그리는 박종필 작가.(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푸른빛이 만연한 여름이다. 화창한 햇살을 만끽하다가 빛이 차단된 전시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아직도 바깥에 있는 느낌이다. 전시장 안에 활짝 핀 꽃들 덕분. 벽에 걸린 화면마다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꽃이 자태를 뽐낸다. 박종필 작가의 개인전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에서는 대규모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화면 속 꽃들은 분명히 아름답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이라는 전시 타이틀을 부여했다. 궁금증에 계속 화면을 들여다봤다.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듣기 이전, 이 아름다움 속에 새롭게 만들어진, 다소 이질적인 아름다움이 섞여 있다는 걸 금방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작가가 그린 화면엔 진짜 꽃 사이사이에 가짜 꽃이 배치됐다. 생화와 조화는 어떤 게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려져 눈을 현혹시킨다. 이미지가 넘쳐흐르는 현 세상에서 디지털 기술로 합성된 이미지도 만연하다. 작가는 붓으로 생화와 조화를 합성시킨 셈.


▲박종필 작가의 개인전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열리는 박여숙 화랑 전시장 일부. 화면 속 만연한 꽃들이 눈길을 끈다.(사진=김금영 기자)

그런데 진품 감정처럼 “이게 진짜고, 이게 가짜야”가 주제는 아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가 풀어내고자 하는 바는 다양성, 그리고 서로 다른 이면 사이의 경계의 이야기다. 생화라서 진짜 아름다움이고, 조화라서 가짜 아름다움이라고 흑백 논리를 풀어내는 게 아니다. 실제 생명을 머금은 생화와 비교해서 조화는 생명을 지니지 않아 다소 이질적이라 이야기해볼 수는 있다.


하지만 생화는 생화 나름대로의 존재 가치와 아름다움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조화는 기존 생화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 모든 이야기를 다뤄보고자 아름다움, 그리고 다소 이질적인 아름다움까지 포함한 ‘친숙하지 않은 아름다움’을 내세웠다. 또한 이 꽃들의 모습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도 닮았다. 각자의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듯, 꽃들은 화면 안에서 서로 뒤엉키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꽃에서 작가는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박종필,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no.47'. 캔버스에 오일, 112.1 x 162.2cm. 2014.

“실재 그리고 허상 이미지. 이는 인간이 가진 여러 면과도 다르지 않죠. 사람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녔어요. 어떤 사람을 정의할 때 한쪽 성향만 보고 판단할 수 없죠. 상황에 따라서 그 사람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요. 그래서 그 사람의 모습 뒤 또 발견하는 이면을 보고 ‘네게 이런 면이 있었어?’ 하며 놀라기도 하죠. 저는 이것에 대해 어느 한쪽은 좋고, 또 다른 쪽은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어요. 그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으니 함께 보자고 제시할 뿐이죠.”


이야기를 풀 때 작가가 위치하는 곳은 그 양면성 사이의 경계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이의 경계에서 바라본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려주는 것이다. 이런 작업 태도는 과거 전시에서도 꾸준히 선보였다. ‘경계에 서다’라는 전시 타이틀로 작품을 내걸기도 했고, 그의 꽃 그림 작품은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라는 이름을 가졌다. 그는 “양면성의 경계에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꽃 시들기 전 배치하고 사진 촬영
조화와 생화 섞인 아름다움 속 다양성 이야기


▲박종필,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no.38-1'. 캔버스에 오일, 116.8 x 72.7cm. 2013.

이 이야기를 푸는 주요 소재로 꽃을 선택했다. 작가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꽃을 그려왔다. 실제로 꽃을 좋아하기도 한다. 이전엔 케이크, 캔디 등을 주요 소재로 그렸다. 현재의 꽃부터 과거의 케이크와 캔디까지, 공통점은 흔히 찾을 수 있는 소재들이라는 것이다. 친숙하고 더 익숙한 것들로부터 삶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는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기 힘들죠. 그래서 특별히 찾아다녀야만 볼 수 있는 게 아닌, 누구에게나 친숙한 소재를 선호해요. ‘내가 좋아하는 꽃이네’ 하면서 쉽게 화면에 접근하도록 돕는 거죠. 연구하듯 어렵게 이야기를 풀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고요. 수많은 꽃 중 눈길을 끌 수 있는 강렬한 이미지의 꽃들을 위주로 선택했습니다.”


▲박종필,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no.70'. 캔버스에 오일, 130 x 160cm. 2016.

본격적으로 꽃을 그리기 전에 작가가 항상 거치는 과정이 있다. 그의 그림 속 꽃들은 항상 이슬을 머금은 생생한 모습이다. 이 화면을 만들기 위해 직접 꽃시장을 방문한다. 항상 빠지지 않는 일과다. 꽃시장 앞에 줄 서 있다가 개장하면 들어가서 가장 마음에 드는 꽃을 고른다. 그렇게 생화와 조화를 구매한 뒤 작업실에 와서 배치를 시작한다. 이때 중요한 건 순발력이다. 꽃은 금방 시들기 때문에 물을 뿌려가면서 배치한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한다. 한 화면을 위해 거의 100~200컷의 사진을 찍는다. 평균 작업은 오전 8시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진다.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계속해서 붓질, 또 붓질의 연속이다.


“꽃은 오전에 다르고 오후에 또 달라져요. 금방 시들죠. 그래서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하기 위해 빨리 시들지 않도록 물을 뿌리면서 사진을 찍어요. 꽃과도 교감이 필요하기에 촬영이 금방 끝나지는 않아요. 그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죠.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 작품 당 평균 한두 달 정도 작업을 합니다. 작업 덕분에 꽃시장도 많이 갔어요. 작업으로 사용하고 난 꽃은 주변에 선물을 주거나 하죠. 예전에 케이크와 캔디로 작업할 때는 직접 케이크를 먹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었어요. 과정이 힘들긴 하지만 제가 표현하고 싶은 느낌을 제대로 담기 위해 이렇게 직접 소재를 눈앞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고수합니다.”


▲박종필,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no 59'. 캔버스에 오일, 90.9 x 72.7cm. 2015.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릴 때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또 다른 현실이 창조된다. 사진이 본바탕이되, 그림을 그리면서 화면이 주는 느낌에 따라 색의 배합을 조금씩 다르게 조절하기도 하는 것. 이것도 현실을 바탕으로 이야기되는 또 다른 이면일 수 있다.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도 일맥상통하는 방식이다.


“케이크와 캔디, 그리고 꽃까지 그렸습니다. 지금은 꽃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강렬한 꽃 이미지를 주로 그리고 있지만, 수수한 꽃들로 풀 수 있는 이야기도 있을 것 같아서 길가에 핀 민들레, 풀꽃 등에도 눈길이 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 꽃들은 정말 시드는 속도가 빨라서 작업에 등장하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하지만 소재에 대한 관심은 늘 있어요. 최근에는 장난감에 눈길이 가고 있는데요. 이것이 어떻게 작업으로 풀어질지, 아니면 계속 꽃을 그릴지는 현재의 작업에 꾸준히 열중하며 고심하려 합니다.”


작가는 앞으로도 꾸준히 ‘그림 그리는 행위’를 고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사물, 더 나아가서는 세상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그의 화면에 세상의 어떤 이야기가 또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전시는 박여숙 화랑에서 7월 7~29일.


▲박종필, '비트윈 더 프레시(Between the Fresh) no.34'. 캔버스에 오일, 163 x 90cm.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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