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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예술 시리즈 ① - 스튜디오 곰] 가구로 시대와 소비주의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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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김연수⁄ 2016.11.04 18:53:00

▲쉐이커 빌리지에 모인 다국적 디자이너들의 작업.(사진= Charlie Schuck)


오늘날의 예술은 미술, 음악, 디자인, 공연 등 각 분야의 역사성이 가진 관례를 뛰어넘어 표현 형식과 방법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술과 공연예술을 주로 소개하고 있는 ‘다아트’는 이런 예술가들의 다양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철학을 얻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호부터 다원예술 기획시리즈를 소개합니다. 그 첫 순서로 인류학적으로 접근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스튜디오 곰’을 소개합니다.

스튜디오 곰(Studio Gorm)

외국에 있다가 귀국했을 때, 무의식적으로 외국의 풍경과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한국 도시의 거리 풍경은 꽤 복잡한 편이라고 느껴진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얼핏 인구 비율로 생각해도 많은 상점들이 거리에 늘어서 있고, 상점의 수만큼 많은 물자들이 각각의 공간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 많은 물건들을 우리가 다 소비할 수 있을까? 다 소비할 수 없다면 왜 이런 소비 위주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일까?

또한, 이 많은 물건들에게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세련된 디자인은 필수다. 계절마다 바뀌는 유행이란 무엇이고 세련된 디자인은 무엇일까? 디자이너 듀오 ‘스튜디오 곰(Studio Gorm)’은 물건과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사람이 사는 방식과 환경에 비춰 고민하고 연구하는 그룹이라 할 수 있다. 

스튜디오 곰을 구성하는 디자이너 정원희와 존 아른트(John Arndt)는 각각 조각과 세라믹에서 자신의 미술세계를 출발시켰다.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 디자인 아카데미(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2007년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스튜디오 곰'이라는 이름으로 첫 활동을 개시했다. 이후 결혼과 함께 둘 다 미국의 오레곤 주립대학교(University of Oregon)에서 전임교수로서 소비자 연구와 문화 연구를 가르치며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서로 뭉치게 된 계기에 대해, “물론 생각이 맞았고, 그랬기에 결혼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생각이 더욱 비슷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밝힌다. 이들은 무엇보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지만 조각과 세라믹이라는 실기 영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나올 법한 소리다. 반면 서로의 생각과 성향에 비슷한 점도 있지만, 다른 문화 배경에서 자란 다른 인종의 남녀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더 큰 이유는, 각자의 문화 배경을 낯설고 배타적인 태도로 대하지 않고, 호기심과 존중으로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그들의 작업을 완성하는 한 줄기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곰'의 구성원 정원희와 존아른트.(사진= Erik Bishoff)


다른 문화 안에서 새롭게 보이는 익숙한 삶의 방식
  
스튜디오 곰의 작업은 하나의 평범한 물건이 다양한 문화와 만났을 때, 다른 시선에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테이블 하나를 만들 때에도 다양한 크기의 상판과 다른 길이의 다리를 만들어 어느 문화권의 사람이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조립식 테이블은 소반이나 티 테이블, 책상,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 등으로의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정원희는 “주로 입식 생활을 하는 미국에서 살면서도 가끔씩 바닥에 앉는 습관을 버리기는 힘들더라”며 우스갯소리를 덧붙였다. 더불어, “태어난 문화권에서 익숙했던 삶의 방식이 다른 문화권 안에 있다 보면 다르게 보이는 눈이 뜨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인 정원희와 미국인 아른트는 함께 한국 민속촌을 방문하기도 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문화를 탐구한다. 결국, 문화와 삶의 방식이 서로 끼치는 영향은 생활용품 같은 물질적인 결과로 나타나며, 사람이 사는 방식에 대한 이들의 인류학적 연구의 결과가 작품으로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덧붙여 작품들에 대해 “이런 발견들을 어떻게 동시대의 상황과 연결지어 나타낼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 과정”이라고 밝힌다. 

▲각기 다른 상판과 길이를 조립해 쓸 수 있는 테이블과, 정리를 위해 벽에 고정된 걸이(wood peg).(사진= 스튜디오 곰)


셰이커(Shaker) - 검소와 절제의 미학

이들의 연구에 반영되는 다른 문화의 하나로서 셰이커 교도들의 문화가 있다. 스튜디오 곰의 시각적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축 중 하나다. 셰이커는 로마가톨릭의 분파인 프로테스탄트(Protestant), 그리고 프로테스탄트의 분파인 퀘이커(Quaker)의 분파 종교다. 공동으로 생활하며, 검소한 생활과 노동으로 생활을 하는 이 종교는 순결을 중시하기에 자손을 생산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명맥이 끊어져 현재 미국 전역에도 3명 정도의 교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전해진다.

셰이커 교리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죽은 뒤에 천국으로 간다는 가톨릭의 전통적인 믿음과는 조금 다르게 현생의 삶에서 천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마을 안에서 공동으로 농사를 짓고 가구를 만드는 생산활동 자체가 그들에게는 기도와 다름없는 행위였다. 마치 수행을 하는 스님들처럼 명상적이고 검소했던 그들의 생활 방식은 가구와 생활용품 등의 디자인으로 나타난다.

공동체로 생활하는 여타의 종교 집단들에서 폐쇄적이거나 배타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셰이커 교도들의 철학은 혁신적이고 열려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당시 신문 등을 통한 오픈 소스를 활용해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대에서 목가구 제작에 필수인 테이블 쏘 등도 그들의 발명품이란다. 불필요한 모든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을 위한 최소한의 형태만 남긴 그들의 디자인 철학은 “Beauty rest on utility(기능성에 머무는 미학)”이며, 이런 철학은 덴마크와 미국의 현대 디자인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쉐이커 교도들이 사용하던 바구니와 함께 전시된 스튜디오 곰의 바구니들.(사진=Charlie Schuck)


셰이커 프로젝트(Shaker Project)  

스튜디오 곰은 셰이커의 교리가 아닌 그들이 아름다움을 보는 방식을 존중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에 결을 같이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뉴욕에서 차로 3시간 거리인 메사추세스주의 핸콕 셰이커빌리지(Hancock Shakers' Village)는 1960년대까지 셰이커 교도들이 머물렀던 마을인데, 현재는 민속촌처럼 보존이 되어 박물관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작년 이 박물관에선 스튜디오 곰을 비롯해 덴마크, 핀란드, 싱가포르 등지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일주일간 머물며 셰이커 교도들이 사용한 물건들을 직접 만지고 연구하는 워크숍이 진행됐다. 이후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디자이너들은 이 마을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했고, 올해 5월 박물관에서 ‘셰이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전시가 열렸다. 올해 여름 진행된 두 번째 워크숍의 결과물은 뉴욕 주재 ‘노르웨이 문화진흥 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내년 2월 스웨덴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여러 나라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이 워크숍에서 쉐이커교도들이 사용하던 기계를 체험하고 있다.(사진= Charlie Schuck)


정원희와 존 아른트는 “셰이커 교도들의 미학을 통해 무엇이 정상적이고 특이한 것인지 생각한다”며, “자연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15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튼튼하고 현대적으로 보이는 디자인을 보며, 우리의 책임은 우리의 삶보다 오래갈 수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같다”고 밝힌다. 

삶의 방식과 현대 사회가 형성하고 있는 문화에 대한 이들의 연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비적이고 소모적인지와 더불어, 소모되는 것이 물건뿐인지, 결국 소비에 초점이 맞춰진 삶은 우리 스스로를 소모품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한다. 

▲스튜디오 곰이 쉐이커 교도들의 가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벤치와 트레슬 테이블.(사진= Charlie Sch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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