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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관객참여형 축제 ‘뮤지엄 페스티벌: 마당’

다양한 예술체험 기회 마련했지만 기획-운영에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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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8호 윤하나⁄ 2016.11.04 16:11:42

 

▲김세진 작가의 작품 예상 이미지.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을 다원예술과 관객 참여형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서울관의 건축 설계 단계부터 관객이 모이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해 지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이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서울관의 특성을 전시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026~30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MMCA - 현대자동차 | 뮤지엄 페스티벌: 마당을 열었다. 평소 접근할 수 없던 미술관의 옥상, 지하 주차장, 하역장 등을 5일간 개방하는 등 관객이 미술관을 보다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였다. 전시 제목 마당에서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마당 6(미술관 마당, 종친부 마당, 전시 마당 등)를 통해 서울관의 열린 공간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기획을 파악할 수 있다.

 

1026일 서울관의 종친부 마당에서 열린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과 행사, 전시가 이어졌다. 축제 기간 동안 서울관 내부 곳곳에는 구민정, 산업예비군(김현준, 유화수, 이완), 서동주, 스튜디오 곰(정원희+존 아른트), 황지해의 현장제작 설치작품이 전시됐다. 산업예비군과 스튜디오 곰은 관객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 및 벤치를 제작했다. 구민정은 1층 로비의 전면 벽부에 대형 회화 등을 제작했고, 서동주는 서울관 내외부 유리창에 리듬감 있는 드로잉을 설치했다.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는 직육면체 철제 프레임에 색다른 정원을 마련했다. 손댈 수 없도록 전시장에서 보호받던 작품이 전시장 밖으로 나와 직접 만지고 경험될 수 있도록 한 기획인 듯하다.

   

▲박승원 작가의 '건강한 카오스' 퍼포먼스.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특히 관객과 직접 만나는 퍼포먼스가 매일 각 시간대에 배치돼 미술관 내의 관람객들에게 전시 관람 이외의 경험을 선사했다. 윤가림 작가는 세 가지 도형 형태의 빵을 굽고 관객에게 나눠주는 퍼포먼스 세 가지 타입을 선보였다. 사진가 구영준은 미술관에서 만난 일반 관객을 주인공으로 사진 찍고 이를 현장에 전시하는 퍼포먼스를, 박승원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깜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함께 예정된 작가 유목연의 퍼포먼스 혼축남녀!’는 작가의 사정을 이유로 진행이 취소되기도 했다.

   

이번 축제에서 특히 기대를 모은 프로그램은 철학과 사운드 아트의 만남 연속동사였다. 연속동사란 언어로 전달할 수 없는 명사 소리의 연속성을 표현하기 위한 대체어다. 이제는 다원예술의 한 분야로, 미술계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사운드아트에 관한 근원적인 담론을 담았다. 소리를 둘러싼 철학적, 사회적 담론을 포럼 형식으로 강연하고, 이와 연계된 주제로 사운드 아티스트의 공연이 1028~303일간 이어졌다.

 

첫째 날은 영국의 철학자 로빈 맥케이가 합성하는 청취자를 주제로 강연했고, 이와 연계된 주제 소리의 인지로 리 갬블(영국)과 플로리안 해커(오스트리아)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튿날엔 바스크 출신의 즉흥연주 음악가 마틴이 사회적 불협화음에 관해 강연하고, ‘사회의 소리성이란 주제로 CSN(Clock Sharing Network): 트랜지스터헤드(민성기)와 다미랏(김창희, 신성훈/한국) 마커스 쉬미클러 + 토마스 렌(독일) 마크 펠(영국)이 공연했다


마지막 날에는 관통하는 세계라는 주제로 영국의 교수 티모시 모튼이 포럼을, 이어 소리의 생태성을 주제로 Special pluralis: 제로드 파울러(미국) + 타쿠 우나미(일본) 다킴(미국) 미카 바이니오(핀란드)가 공연했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서 쉽게 만날 수 없던 강연과 공연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사운드 아트의 근간을 이루는 소리를 인간의 관점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독립적인 객체로 사유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연속동사를 기획한 류한길 감독은 이와 관련해 언어 소리가 지시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밀도를 높이는 일은 미학적 연구과정이 아니라 우리 세계 전반에 대해 청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상의 아쉬움이 남았다. 우선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계단 옆 복도, 그것도 화장실 옆 공간에서 강연이 진행된 탓에 각종 소음으로 강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소란스러운 환경에서 영어로 진행된 강연은 현장 통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연의 내용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줬다. 종종 사운드 아티스트의 작품을 예시로 재생하며 이해를 도왔지만, 미리 관련 텍스트를 마련해 두었다면 더 좋았을 듯싶다.


▲'뮤지엄 페스티벌 마당'의 옥상달빛.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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