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마케팅 - 현대차 vs 독일차]현대차, LA·런던·서울 3각 미술마케팅
LA미술관과 ‘액수 비공개’ 협력 파트너십 시작
▲현대차-LACMA의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 사장(왼쪽), 마이클 고반 LACMA 미술관장(가운데)이 참석한 가운데, 마크 리들리 토마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오른쪽)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현대자동차
▲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이진우 기자) 한-미-유럽을 잇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26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이하 LACMA: The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과 10년 장기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고 3월 27일 밝혔다.
현대차의 미술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11월 국립현대미술관과 10년 장기 후원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월엔 영국의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역시 11년 후원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LACMA와 장기 파트너십 체결을 맺음으로써 한국-미국-유럽을 잇는 3각 ‘글로벌 미술 마케팅’의 면모를 갖췄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세계 주요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 및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예술을 앞장 서 알린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예술가 및 예술 기관과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자동차 개발과 기업 경영 전반에 문화예술적 가치를 접목시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한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는 기술, 디자인,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협업해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차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접근 방법이 예술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예술은 기술에 인간의 감성을 부여하고, 기술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확장시킨다. 그래서 ‘디자인 21세기’에 예술과 기술의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LA미술관의 혁신성과 현대차의 지향성 일맥상통”
현대차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LACMA는 북미 예술의 중심지인 뉴욕에 맞서겠다는 야심찬 목표 아래, 지난 1965년 ‘LA과학역사미술박물관’을 기반으로 개관해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 간 융합을 선도하고 있다. 매년 120만여 명이 찾는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LACMA와의 제휴에 대해 현대차는 “LACMA의 혁신적 예술성과 현대차의 미래지향적인 ‘모던 프리미엄(Modern Premium)’ 기치와 일맥상통한다고 여겨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LACMA 관장은 협약식에서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의미 있는 두 분야에 혁신적 가치를 접목시킬 수 있어 기쁘다”며 “문화예술의 가치를 존중하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국 미술사 연구에 힘을 보태려는 현대차의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5 서울모터쇼 현대자동차 부스. 사진 = 연합뉴스
현대차와 LACMA는 기술과 예술의 혁신을 추구하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2024년까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더 현대 프로젝트(The Hyundai Project)’를 진행함으로써,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힘이 될 전망이다.
‘더 현대 프로젝트’는 ▲미술과 과학기술의 융합(아트+테크놀로지) 후원 ▲한국 미술사 연구 지원 등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된다.
미술과 과학기술의 융합 ‘아트+테크놀로지’ 프로젝트
‘아트+테크놀로지’ 프로젝트는 LACMA가 1967~1971년 진행한 미술과 과학기술 융합 프로그램으로, 이번 파트너십으로 부활을 알렸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당시 참여 작가였던 로버트 어윈(Robert Irwin)과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의 작품 각 1점을 LACMA가 소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오는 11월부터는 LA 출신의 미디어 작가 다이애나 세이터(Diana Thater) 등 과학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작가들의 혁신적인 전시를 LACMA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아트+테크놀로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랩(Lab: Labatory) 프로그램’에 대표 후원 기업으로 참여해 신진 작가 육성을 지원한다. 또한 다양한 고객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현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엿볼 색다른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뿌리 찾는 ‘한국 미술사 연구’ 지원도
현대차 관계자는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LACMA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가치와 영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예술 분야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기술에 예술을 담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현대차만의 브랜드 방향성을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미술사 연구 지원 활동은 해외 시장에 한국 미술사 연구를 장려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한국 미술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비해 한국 미술을 알리는 체계적인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미술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현대차는 한국 미술 전시관을 운영하며 한국 미술사에 관심을 가져온 LACMA가 글로벌 석학들과 함께 한국 미술사 연구를 추진하기에 적합한 거점이라고 판단해 한국 미술작품 전시와 국제 학술토론 및 출판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
LACMA의 말많은 터줏대감 브로드와 현대차의 관계정립 잘될까?
현대차가 10년 장기 후원 협약을 체결한 LA카운티미술관(LACMA)은 유명 미술관이기도 하지만 또한 구설수가 많았던 미술관이기도 하다. LACMA를 후원하는 백만장자 일리 브로드(Eli Broad)가 그간 각종 별난 행태를 벌이면서 미국 미술계와의 알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주요 컬렉터 톱10 안에 들어가는 브로드는 ‘캘리포니아의 메디치’라 불릴 정도로 LA 지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예술 후원 활동을 폭넓게 펼치고 있다. 1984년 24억 달러를 투자해 브로드 미술재단(The Broad Art of Foundation)을 설립했고, 이 재단을 통해 2003년부터 LACMA 안에 브로드현대미술관(2008년 2월 개관)을 짓는다는 조건으로 6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브로드는 LA현대미술관(이하 MOCA)이 재정적으로 열악해 LACMA에 인수될 위기에 처하자, 2008년 30만 달러를 기꺼이 기부해 인수합병을 막기도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MOCA가 갖고 있는 현대미술관으로서의 실험적이고 독립적인 큐레이팅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였다.
그러나 현지 미술계에서는 그의 미술계에 대한 기부나 자선활동이 “그 자신의 이익과 결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례로 MOCA의 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입맛대로 미술관장을 선정하는 등 간섭이 대단한 것으로 유명했다.
그가 관장으로 임명한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는 갤러리를 운영해온 미술시장 전문가로 공공미술관의 대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브로드가 다이치를 임명하자 MOCA에서 22년 동안 근속한 학예실장이 바로 사표를 냈으며, 다이치와 뜻이 맞지 않는 원로들이 줄줄이 자문 역할을 포기하고 떠나버린 사태는 유명하다.
많은 슈퍼 컬렉터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미술관의 재정을 안정화시키기에는 다이치만한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컬렉터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술관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같은 일이 MOCA에서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냐는 것이 미술계 인사들의 반론이었다.
일부에서는 브로드가 MOCA의 소장품과 인프라를 브로드재단에 흡수시키기 위한 꼼수로 다이치를 관장에 앉혔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현재 다이치가 물러났지만 논란은 계속 중이다.
김영애 이안아트컨설팅 대표는 “앞으로 LA는 LACMA-MOCA-브로드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지는 애증의 삼각관계를 펼칠 예정”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LACMA의 후원자로 나서면서 좀 더 흥미로운 대목으로 들어설 듯하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지적에서도 알 수 있듯 브로드가 여전히 LACMA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LACMA 지원에 나선 현대차의 정의선 부회장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가 관심을 모은다.
이진우 기자 voreolee@hanmail.net